누군가의 삶은 일상이 버라이어티 했다

by 남궁인숙

주말에 모처럼 후배들과 번개팅이 이루어졌다.

경기도에 사는 후배와 통화 중에 잠실롯데에서 결혼식이 있어서 토요일에 서울에 온다고 하였다.

서울로 나들이 나온 김에 결혼식 끝나고 판교에 사는 후배까지 셋이 모여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즉석에서 미팅이 이루어졌다.

오랜만에 여자 셋이 모이니 할 얘기가 많았다.

그동안 크로아티아로 여행 다녀온 이야기, 아들이 집을 사서 인테리어를 하고 독립한 이야기, 딸이 방학을 해서 친구와 하와이로 놀러 간 이야기 등 다양하였다.

그중 가장 획기적인 이야기는 후배가 요즘 핫한 스포츠카를 산 것이었다.

오십 중반의 여인이 젊은이들이나 타는 뚜껑이 열리고 터보엔진이 달린 스포츠카를 산 것이다.

그것도 일억육천만 원이나 주고서.......

차를 산 이유를 물으니 어느 날 TV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보다가 거기서 나오는 자동차에 꽂혀서 시승만 한번 해보려고 대리점에 갔다가 시승해 보고 맘에 들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하고 샀다는 것이다.

몇 년간 월급통장에 고스란히 쌓아둔 월급을 가지고 샀다고 하였다.

멋있었다.

하고 싶은 것을 단번에 실행할 수 있어서......

후배는 시승을 해보라고 하면서 나를 스포츠카에 태웠다.

운전석 옆자리에 타보니 승용차에 비해 승차감은 없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서 본 것처럼 작열하는 땡볕아래 자동차 뚜껑을 열고 한참을 달렸다.

"여기 좀 보세요! 우리 스포츠카 탔어요!"

우리는 까르르까르르 배꼽이 빠지게 웃다가 너무 더워서 다서 뚜껑을 닫았다.


또 다른 후배는 나를 더욱 놀라게 하였다.

남편이 만성신부전증을 앓아서 평생 동안 혈액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신장이식술을 하면 투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후배가 공여자가 되어 신장을 이식해 주기로 했다고 한다.

후배가 너무 담담하게 말해서 놀랐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아무나 이식해 줘도 되는 거야?"라고 하였다.

그렇다고 하였다.

사전에 여러 가지 검사를 받기는 하는데 대부분 아무나 해줄 수 있다고 해서 본인이 이식해 주기로 하고 심리검사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냥 남편이 안돼보여서 ~~~~'

결혼한 지 10 년도 넘었는데 둘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


신장 호환성 검사를 했더니 신장 이식하는 데는 문제없다고 병원에서 적합결과를 받았다고 하였다.

평소에 무척 착한 친구라서 신장 하나쯤 떼주고도 남을 사람이지만, 이 말을 듣고 나니 세상에 이렇게 착한 사람이 또 있나 싶은 게 눈물이 핑 돌았다.

"신랑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지, 네가 전생에 신랑한테 큰 빚을 졌든지 했을 거야."라고 우리는 말했다.


이식수술을 하고 한 달 동안은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정작 본인은 신장이식술을 고 나서 간병해 줄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도 잠시 접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세상에....... '

그런데 야속한 건 시댁식구가 이런 사실을 아는데도 어느 누구도 후배에게 고맙다고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다음이미지


세상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은 삶의 가치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맞고 틀리고는 없다.

인생의 크고 작은 갈림길 앞에서 나의 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가치관 그것은 과연

사랑일까?

자비일까?

배려일까?

후배처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나도 저렇게 담담하게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의 삶은 이렇게 일상이 버라이어티 했다.


서울에 왔으니 밥은 내가 사기로 하고 계산을 하였다.

"언니! 밥값 너무 많이 나왔죠?"

스포츠카로 집까지 태워다 주던 후배는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더니 내 손에 쥐어준다.

혼자만 부담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보다 훨씬 리치한 참으로 예의로운 그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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