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리고 있는 그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by 남궁인숙

바쁘다는 핑계로 매주 2시간씩 취미로 하고 있는 그림 수업에 가끔씩 결석을 한다.

한 주 결석을 하면 그다음 주도 자연스럽게 결석할 확률이 높다.

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면서 또 결석할 당연한 구실을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그림 그리는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자주 빠지니 똑같은 그림을 일 년째 그리고 있는데 제자리걸음이다.

같은 그림을 너무 오래 그리고 있어서 지겨워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림에 소질도 없다.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온리 성실함 그 자체다.

그림 그리는 일에 꾀가 나니까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한번 결석하면 두 번 빠지고 싶어 진다.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약 3년 정도 되어간다.

노후에 취미활동을 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게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딱히 실력은 많이 늘지 않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두 시간은 아무런 생각 없이 오로지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엔 멍하니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미술선생님은 구도가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잠시 일어나서 뒤로 물러나 그림을 들여다보라고 하신다.

일어나서 내가 그린 그림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정말 내 그림의 잘못된 점들이 보인다.

신기하게 그림이 정교하지도 않고, 깊이도 없고, 구도도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때때로 사람들에게 안식련 같은 쉼이 왜 필요한 지 알 것 같다.

일상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잠시 쉬는 것이 상책일 수 있다.



미술선생님은 10월에 전시회를 연다고 하셨다.

수강생들은 전시회를 기대하면서 작품을 그리느라 열심이다.

나도 매주 화실에 빠지지 않고 출석해 그림을 그려야만 작품을 전시장에 전시할 수 있다.

지금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전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모사하면서 그림 실력을 키워나간다.

작가의 작품처럼 똑같이 그릴 수는 없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그려나가는 게 그림 실력을 늘리는 지름길인 것 같다.

원작의 그림이 좀 복잡하긴 하지만 단순화시켜서 내 실력만큼만 그려보기로 하고 단순화 작업을 하고 있다.




원작이 너무 어려워서인지 늘지 않는 그림 실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자주 수업에 빠지다 보니 그림 그리는 실력이 더 이상 늘지 않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처럼 지속적인 연습과 반복이 중요하다.

매일 조금씩 그려보고 지속적인 연습과 반복을 하고, 미술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수정의 과정을 거쳐야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요즘의 나처럼 한주 빠지고 그다음 주에 출석하여 캔버스 앞에 앉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막막한 기분으로 캔버스를 마주하고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어느 쪽부터 채색을 할까 고민을 하고, 물감을 짜내고, 붓을 들어 오일과 물감을 잘 섞어서 페인팅을 하기 시작한다.

지난 시간에 그렸던 그림 위에 다시 덧칠을 하면서 다른 느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덧칠의 연속이다.


저녁타임에 그림을 그리러 오는 부지런한 수강생들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은 어떤 의지로 이렇게 오랫동안 취미활동을 할 수 있을까?

나보다 훨씬 어린 이들이 때론 존경스럽다.


맹자는 공부든 독서든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것을 우물 파는 것에 비유하였다.

우물을 아홉 길이나 파고도 우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우물을 버리면 안 된다고 하였다.

공부나 독서는 한마음 한뜻으로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공부하는 시간이나 독서하는 시간이 쌓이는 과정 그 자체가 한 인간의 성숙도를 결정해 준다고 하였다.

물을 끓일 때도 99도 까지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100도가 되는 순간 1,300배로 팽창하면서 기화되기 시작한다.

대부분 그 1도를 기다리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99도에서 포기를 하기 때문에 그 무엇인가를 이뤄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 그 1도를 견뎌보자. 대작은 그리지 못하더라도 고목나무의 매미정도는 그려낼 수 있겠지.......'

오늘도 파이팅! 잘 그려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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