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출판

by 남궁인숙

모임에서 오랜만에 정년퇴직을 앞둔 한국대학에 재직하고 계시는 희영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나를 보자마자 만나면 꼭 전해 줄게 있었다면서 겉옷 주머니에서 절반이 접힌 흰 봉투를 꺼내주었다.

"교수님! 이게 뭔가요?"라고 했더니

"펴보면 알아요."라고 하셨다.

펼쳐보니 흰 봉투 겉면에 '진귀하게 보듬은 귀하의 출판을 축하합니다.'라고 정교하고 깔끔하게 또박또박 쓰여 있었다.

필체가 아주 좋았다.

나는 얼떨결에 흰 봉투를 받아 두었다.

약 7개월 전에 출판사에서 '날마다 아이를 파는 여자'를 출간했을 때 교수님께 책을 보내드렸던 일이 생각났다.


교수님께서 잊지 않고 기억하고 계시다가 오늘 나를 만날 수 있다고 하여 챙겨서 가져오셨다.

봉투가 낡은 것을 보니 오래전에 써놓은 봉투 같았다.

진즉에 전달했어야 했는데 카톡에 연락처가 모두 사라져서 연락을 못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만나게 되면 주려고 늘 가지고 다니셨다고 하였다.

귀하게 쓴 책을 선물 받고 읽어보았으니 보답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치는 일을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는 것 같다.

교수님께서 그동안 퇴직을 앞두고 아내랑 북유럽으로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는 여행 이야기를 들으면서 퇴직하고 나면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향후 5년 동안은 학교에서 종종 강의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교수라는 직업은 퇴직 후에도 예우차원에서 강의를 계속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니 시간은 유용하게 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교수님께 책을 보내드린 것 도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기억하고 인사를 해주시니 너무 감사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기념으로 보내드렸는데 인사를 잊지 않으려고 너무 애쓰시게 한 것은 아닌지 죄송하였다.

집에 와서 봉투를 열어보니 현금이 들어 있었다.

책값으로 주신 것 같은데 책 값치곤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좀 놀라웠다.

인고의 고통을 겪었을 남의 출판을 허투루 보지 않는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온 아들이 식탁 위의 흰 봉투를 보더니

"엄마? 이게 뭐예요?"라고 물으면서 봉투에 쓰여있는 글귀를 읽었다.

난 봉투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 출간한 책을 선물 받으면 이렇게 인사를 하는 거군요."라고 한다.

"그러게. 나는 지인이 출판을 하면 서점에서 책을 사주는 것이 인사인 줄로만 알았는지 이렇게 현금을 선물하는 줄은 몰랐구나."

"엄마! 이렇게 인사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별책부록 같아요. 좀 있어 보이는데요."라고 하면서 웃는다.


이다음에 내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도 이렇게 인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오늘 또 한 수 배웠구나! 아들아"

삶을 살아간다는 것, 매일매일이 배움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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