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그날들'

by 남궁인숙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씩 회원들이 모여서 모임을 하는 날로 공연을 보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늦지 않게 예술의 전당으로 도착해 달라는 총무의 문자가 아침부터 들어왔지만 태풍이 온다고 전국이 난리 속인데 공연을 보러 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아직 휴가도 못 갔고, 고가의 티켓, 유명한 배우들도 많이 나온다고 하니 공연을 보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퇴근 후, 차를 집에 두고 지하철을 타고서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내려서 예술의 전당까지 우산을 쓰고 걸어갔다.

오랜만에 서초동 땅을 밟아보는 것도 즐겁고, 비는 왔지만 기분은 상쾌하였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니 태풍 '카눈'이 무색할 정도로 공연장 안에는 사람들로 빼곡하게 가득 차 있었다.

서울 시내 여성들은 모두 이곳 '예술의 전당'에 모여있는 것 같았다.

서울 여성들이 대한민국 문화계 종사자들을 먹여 살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벽면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통해서 오늘 공연팀을 살펴보았다. 초호화 출연진들이었다.

유준상, 김건오, 김지현 등등, 다음 날엔 엄기준, 지창욱 등등

공연이 시작되고 TV에서 자주 봐 온 믿고 보는 배우 유준상,

넷플릭스 영화 '더 글로리'에서 손명호 역을 맡았던 김건우가 나왔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연비는 아깝지 않았다.

배우 유준상은 그의 경력만큼 극에 몰입하는 몰입도가 대단해 보였다.

아직 신인 배우의 모습인 김건우는 뮤지컬 배우로서 미성의 섬세한 가창력을 가졌고, 특유의 선한 인상은 배우로서 대성할 조짐이 보였다.

공연을 보면서 익숙한 노랫말이 계속 흘러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수 김광석이 부른 노랫말을 가지고 만든 창작뮤지컬이었다.

김광석의 노래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수많은 명곡을 남긴 싱어송라이터로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인들의 정서에 딱 맞는 곡을 서정적으로 감미롭게 불렀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 버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뮤지컬 '그날들'의 배경은 청와대 경호실 직원들의 일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의 한 사건을 토대로 노래가사가 스토리텔링이 된다.

다른 뮤지컬과는 차별화가 느껴지는 웅장함도 있었다.

뮤지컬 '그날들'은 2013년에 처음 시작하여 공연을 한 지 10년이나 된 작품이었다.

김광석의 노래들을 작품 안에 모두 녹여내어 뮤지컬로 승화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 1막에서는 김광석 노래인지 모를 정도로 김광석의 노래 같지 않은 편곡이었다.

작품의 내용과 음악적 정서가 잘 어우러져 만들어졌기에 관객이 보는 내내 부담이 없었다.

대중가요를 뮤지컬 창작법으로 연출한 작곡가도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졌고, 가수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서 천재가수를 너무 일찍 떠나보낸 게 아쉽게 느껴진다.



더 글로리가 탄생시킨 손명호 역의 배우 김건우는 정말 멋이 있었다.

더 글로리에서 극 중에서 최혜정을 사랑했던 가난하고 무식하고 독했던 청년의 눈빛을 연기했던 김 건우가

'그날들'에서는 군인출신으로 청와대 경호원으로 들어와서 경호하던 통역사와 순애보적인 사랑으로 결국 죽게 되는 순수한 사랑둥이 청년, 강무영 역을 소화시킨 김건우는 멋지게 역할을 잘 이어갔다.

김건우와 유준상은 나이차가 꽤나 많아 보였지만 유준상 또한 젊은 그에 밀리지 않는 무대 매너와 피지컬, 가창력을 모두 갖춘 그의 아우라는 장인 그 자체였다.


커튼콜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다.

기립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관객을 이끄는 마력을 지닌 저력 있는 배우의 연기를 접하고 나왔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데 비는 소강상태였다.

'태풍이 비껴갔나?'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날들' 공연에서 찍은 커튼콜 영상을 돌려보게 된다.


'젊었을 때 난 왜 이런 취미를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공연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재능은 없으니까 직업으로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뮤지컬을 직업이 아닌 취미로 했더라면 삶이 좀 더 윤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인 것을 논한다면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한다고 하겠지만........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일 때 뮤지컬을 전공한다고 대학로를 자주 오갔던 아들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당시 아들 친구를 정신 나간 사람 정도로 취급했었는데 그에게 미안해졌다.

무식했던 엄마라서 미안!


암튼 즐거운 목요일을 만들어준 JKR 이목회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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