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수'

by 남궁인숙

휴일, 방바닥에 배밀고 있다가 영화를 할인해서 볼 수 있는 휴대폰 멤버십이 생각났다.

휴대폰을 열어 요즘 재미있는 영화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훑어본 후 바로 예매를 하였다.

영화관까지 걸어가는데 30분이 걸린다.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고, 시간이 되면 쇼핑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입추가 지나니 여름날씨가 선선해서 걷기에 적당한 늦여름 오후였다.

한강변을 따라서 걷고 있자니 사람들이 강아지와 산책도 하고 운동하러 많이 나와 있었다.

오늘은 나만 빼고 모두들 부지런하게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영화관에 도착하였다.

예매한 표를 출력하고, 영화 보면서 빠지면 섭섭한 팝콘도 한 상자 사들고 상영관에 들어갔다.

영화 보러 온 사람들이 드문 드문 앉아있고 상영관도 한산하였다.

내가 선택한 영화는'밀수'라는 제목으로 배우 김혜수가 주연이었다.

'도둑들'에서 재미있게 봤기에 볼거리가 있겠다 싶어서 선택하였다.

염정아, 박정민, 김종우, 조인성, 고민시 등 배우들 또한 쟁쟁하였다.

염정아는 선주의 딸 역할이었고, 김혜수는 선주의 도움으로 염정아 집에 얹혀살면서 둘은 자매처럼 지낸다.

그녀들은 물질하는 해녀역을 맡아 아름다운 신체를 유감없이 매력 어필하였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군천'이라는 지역이었다.

아마도 지금의 군산 정도였을 것 같다.

해녀들은 산업폐수로 인해 바닷속 생물들이 오염되면서 건져 올릴 생물들이 사라지자 일자리를 잃게 되고, 강직한 삶을 살아오던 선주도 밀수선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선주로서 생계가 끊기게 된 해녀들로 하여금 밀수선의 물건을 건져 올리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게 한다.

지속가능한 환경보전을 위해 ESG를 이때부터 했어야 했는데.......


결국엔 어떤 밀고자에 의해 세관원에게 들키면서 염정아는 바다에서 선주인 아버지와 동생을 잃게 된다.

전과 경력이 있던 김혜수는 해녀들을 놓아둔 채로 배에서 혼자서 탈출을 한다.

염정아는 세관원들에게 붙잡혀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김혜수가 밀고자라는 오해를 하면서 영화는 박진감 있게 흘러간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 어울리는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서로 의심하면서 속고, 속이는 장면들이 제법 재미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몇 년 후 군천지역에 김혜수가 다시 나타난다.

김혜수는 서울에서 마약왕인 권상사(조인성)를 데리고 오면서 몇 염정아 아버지와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밀고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서 응징하게 된다.

그 당시는 로렉스 시계 하나면 뭐든지 해결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세관원과 밀수업자들의 비리가 난무했던 시대적 배경을 코믹하게 잘 묘사한 영화였다.


'바닷속 물길을 아는 자만이 돈길의 주인이 된다.'라는 결말에 맞게 상어도 제치고, 박정민을 엄벌하면서 숨겨 둔 다이아몬드를 바닷속 물길을 잘 알았던 김혜수가 차지하면서 엔딩을 장식한다.

내용이 다소 허술했지만 막강한 배우들의 바닷속 해녀 역할은 칭송해주고 싶었다.

김혜수의 과도한 연기도 보는 내내 거슬렸지만 이쁘니까 참아주기로 했다.

고민시의 귀여운 역할도 볼 만하였다.

왜놈을 끌어안고 임당수에 몸을 던진 논개가 여기에 있었다.


말미에 밀수왕 권상사(조인성)가 병원에 입원 중 먹는 밥 숟가락에 김혜수가 나타나서 다이아몬드 한알을 얹어주는 결말장면은 2탄을 예고하는 듯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한 숟갈의 밥이 아닐까 싶었다.

이빨이 깨진다 해도 저런 밥 한 숟가락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상영관을 총총히 나왔다.


집에 돌아와 잠을 자다가 새벽녘에 이가 욱신거리는 걸 느끼면서 깨어났다.

결국 나는 꿈속에서 다이아몬드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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