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접시꽃

by 남궁인숙


대궐집 대문간 문지기였던가?

시골집 화단에 항상 모둠으로 자리 잡고 여름을 났던 예쁜 분홍색 꽃,

여름 끝자락 동네 어귀에서 아침 산책을 하다가 만난 접시꽃이 있었다.

대롱대롱 여자아이가 파마를 한 것처럼 열매들이

꽂대에 매달려있었다.

내년을 기약하는 꽃대 틈새로 남아있는 몇 개의 꽃들이 늦여름 정취를 더해준다.



접시꽃은 아래쪽에서부터 피어나서 위쪽으로 피어난다.

한 번에 쫘악 피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탑을 쌓듯이 피어나므로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어서 유익한 꽃이다.

항상 이 자리에 오면 볼 수 있는 접시꽃은 매년 5, 6월이면 피어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올 때쯤이면

줄기를 곧게 뻗어내며 잎사귀를 펼쳐 그 사이로 꽃을 피운다.


오늘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열매를 따가기로 했다.

열매를 따다가 어린이집 화단에 심어보고 싶어졌다.

티슈 한 장을 꺼내 들고 열매를 따기 시작하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열매의 모양이 자동차 바퀴를 닮았다.

마치 귀여운(?) 처키인형의 가발 같은 머리카락 같기도 했다.

바퀴모양이 터질 때쯤이면 씨앗이 떨어진다.

이 꽃은 자생력 갑이다.

어릴 때부터 주욱 봐 왔는데 우리 집 화단에서 매년 봄마다 피어났었고, 무리를 지어 번식했던 것 같다.

한 번 심으면 저절로 번식해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꽃가루가 많아 곤충들이 수분하는데도 유용하고,

부인병 질환의 한약재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줄기, 꽃, 잎, 뿌리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꽃이다.

꽃의 모양이 접시를 닮아 '접시꽃'이라고 불린다고 하였으며,

어느 옛 시인이 접시에 비유해서 시를 지었기에 접시꽃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애절한 사랑. 다산, 편안, 단순, 열렬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녔다.



접시꽃에 얽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소년이 부잣집 울타리에 피어있는 무궁화를 꺾다가 들켜서 주인에게 혼나는 장면을 지나가는 큰 스님이 보게 된다.

소년에게 스님이 연유를 묻자 소년은 집안이 가난해서 어머니가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려가는데 손님이 맡긴 옷에 그만 얼룩이 묻었다고 한다.

옷 주인은 새 옷을 지어 주든지 아니면 얼룩을 지워놓지 않으면 두배로 변상하라고 했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근심으로 병이 났고, 그래서 소년이

백방으로 얼룩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니 무궁화를 꺾어서 꽃잎을 따서 비벼 닦으면 얼룩이 지워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부잣집 울타리에 무궁화가 있는 것을 보고 그 연유를 말하고 한송이만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아서 몰래 꺾다가 들켰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들은 스님은 무궁화 주인에게 만 명에게 시주하느니 한 송이의 꽃을 베푸는 것이 더 나으니 꽃을 소년에게 주라고 부탁하였다.

주인이 말하기를 "이 꽃은 무궁화가 아니라 접시꽃이라오." 하면서 거절을 한다.

큰 스님은 소년을 위로하며 "무궁화가 아니고 접시꽃이라고 하니 너에게는 소용이 없겠구나."

"그만 돌아가자."라고 하였더니

주인은 무궁화와 접시꽃도 구별을 못하는 바보라고 그들을 놀렸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주인이 돌아서보니 무궁화였던 자기 집 울타리가 접시꽃 울타리로 변해 버린다.

결국 큰 스님에게 부잣집 주인은 벌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무궁화와 접시꽃은 참 많이도 닮았다.


무궁화

접시꽃


접시꽃 하면 도종환 시인의 애절한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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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새작가는 흔하지만 아름다운 접시꽃 지는 늦여름 정취를 아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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