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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Nov 08. 2023

머리카락을 잘랐다

 여성들 대부분은 심경에 많은 변화가 생길 때 우리 몸에서 가장 쉽게 화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머리카락일 것이다.

대체적으로 머리카락에 파마나 커트 등으로 변화를 주어 기분전환을 하기도 한다.

'내  탓이오'라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사건의 배후를 자신에게 돌리고, 어떤 상황들을 바꿔버리고 싶어 할 때 만만한 게 머리카락이다.

쉽게 변화를 줄 수 있고, 언제든지 길어 나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에 모든 화살을 돌려 분위기를 전횐하고자 한다.


 미장원 의자에 앉아 큰 거울을 마주  순간 머리카락이 자르고 싶어졌다.

세상의 시름이 내 머리카락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처럼 싹둑싹둑 머리카락은 미용사의 손에 의해 잘려 나갔다.

'갑자기 머리가 가벼워지는 건 기분 탓일까?'



  대학시절 나는 오빠집에 얹혀살았었다.

과년한 을 독립시킬 수 없었던 나의 부모님께서 염치없게도 오빠집의 방 한 칸을 비워 내어 나를 그들의 가족일원으로 살게 하였다.

부모님께서 오빠집을 사 주셨기에 나의 부모님은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얹혀사는 내내 나는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나는 대학시절 머리카락을 허리 아래까지 길렀었다.

어느 날 오빠는 나에게 머리카락을 잘라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오빠가 내 얼굴에 짧은 머리가 어울려서 권하는 줄 알고 다음날 단발머리로 싹둑 잘랐다.

얼마 후 알아낸 사실이었는데 새언니가 욕실에 나부끼는 나의 머리카락으로 오빠께 계속 잔소리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누이의 욕실에 떨어진 긴 머리카락은 새언니에게는 왕짜증이 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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