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입구의 양쪽 길을 따라 놓여 있는 상자 텃밭의 풀을 뽑아주면서 어린이집에서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24절기 중 그 절기에서 열 번째에 해당되는 오늘은 하짓(夏至)날이다.
음력 5월의 가운데 날 정도로 양력으로 대개는 6월 22일 정도인데 올해는 하루 일찍 찾아왔다. 1년 중에서 하짓날은 태양이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점으로 하지점(夏至點)이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높이가 가장 높은 날, 그래서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아서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상승하여 더워지기 시작한다. 이즈음에 캐는 감자를 ‘하지감자’라고 한다.
오늘은 상자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감자 알맹이가 봉긋이 흙더미 속에서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하짓날이니 개나리 반 아이들과 감자를 수확해야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오전시간이 끝나갈 무렵 바깥놀이 나간 일곱 살 반 아이들이 감자를 수확하여 소쿠리에 가득 담아서 들고 들어온다.
감자는 저마다 크기도 다르고 겉면의 색이 다르지만 분명 예쁜 감자다. 아이들이 수확해 온 감자를 조리사님께 가져다주고 이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물었더니 “그러게요……. 감자채 볶음을 할까요? 양이 좀 부족하기는 한데, 생각해 볼게요.”라고 한다.
점심시간에 보육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아크릴로 된 가림막을 치고 점심을 먹고 있다.
오후 간식시간에 조리사님은 넓은 접시에 보름달만 한 감자전을 부쳐서 가져온다.
젓가락으로 전분이 가득한 감자전을 조심스럽게 집어 입 안에 넣고 오물거려 보니 감자 향이 코끝에 요동치며 침샘을 자극한다. 강원도 감자는 아니지만 진짜 감자 맛이다. 작은 상자 텃밭에서 이렇게 맛있는 감자가 나올 줄이야.
지인들에게 사진을 찍어서 자랑을 해본다.
“상자 텃밭에서 이렇게 예쁜 감자가 나와서 수확한 감자로 감자전을 부쳤어요.”라고. 그랬더니 바로 지인들의 댓글에 “감자전에는 막걸리지?”라고 한다. 아하, 감자전은 막걸리를 부르는 맛이구나!
오늘도 어린이집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물리쳐 줄 자연산 백신 ‘행복 바이러스’가 보육실 곳곳을 날아다닌다.
우리는 항상 젊음을 위해 미래를 개발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위해 우리의 젊음을 개발할 수는 있다.
- 프랭클린 D. 루스벨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