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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Feb 06. 2024

카자흐스탄 모델, Aelita


 베트남 끼엔장성 서쪽에 위치한 푸꾸옥,

새벽에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여 아침에 푸꾸옥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푸꾸옥은 캄보디아와 가까운 섬으로 세계적인 휴양지로 개발하느라 많은 투자를 하는 중이었다.

시내 곳곳은 코로나 여파로 인해서 번듯하게 잘 지어놓았지만 비어있는 건물들이 많아서 안타까웠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섬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거리는 한산해 보였다.

섬 중에서도 청정해역이 자랑거리고 거북이와 느억이라는 멸치액젓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우리는 베트남 쌀국수로 아침식사를 하고 시내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베트남 전쟁을 치르면서 정치범들의 포로수용소가 이곳에 있었는데 현재는 포로수용소를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잠깐 둘러보았다.

인간의 인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의 동물처럼 학대받았던 곳, 포로들을 호랑이의 식사로 제공했던 장소도 재현해 놓았다.

전쟁을 겪은 민족의 가슴 아픈 사연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베트남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사이에 둔 해상 교통의 요지로 바다는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삶의 터전인 것 같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바다 한가운데 정박되어 있는 배들이 장관이었다.

배 한 척만 있어도 살만한 곳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남서부 끝자락 캠비치에 있는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리조트에 묵으면서 바다를 실컷 볼 수 있었다.

바닷가에서 해수욕만 하기에는 무료하여 비치볼을 가지고 배구를 하고 있었다.

근처 비치파라솔 아래 베드에서 독서를 하고 있던 키가 큰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도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서양모델처럼 보였다.

그녀는 우리가 가위, 바위, 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어 보였는지 같이 배구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180센티미터 정도로 보이는 늘씬한 키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걷는 모습은 마치 주유소 미터기 앞에서 주유소를 선전하는 키 큰 풍선인형 같았다.



 선글라스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샤넬 화장품을 선전하는 모델 같은 포스였다.

그녀 주위에는 아이들이 있고, 베이비시터처럼 보이는 동남아시아 여인도 있고, 남자도 모델 같은데 남편 같아 보였다.

우리는 흔쾌히 합류하여 키가 큰 여인과 함께 즐겁게 모래사장에서 5세트의 배구를 즐겼다.

그녀는 성격이 좋아 보였고, 말도 통하지 않는 처음 보는 외국인들과도 잘 어울렸다.

배구를 마치고 나서 그녀는 '카자흐스탄'에서 왔다고 소개하였다.

우리는 한국사람이라고 더니 '데니스 텐'이라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스케이터를 잘 안다고 하였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스케이터, 데니스 텐은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으로 25세의 나이로 요절했던 인물이었다.


 카자흐스탄 여성들은 보수적이면서 가정적이고 순종적이라고 하였다.

이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으며, 아이를 좋아하고, 손님을 초대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요리도 잘한다고 하였다.

약 3년 전에 아이를 낳고 30킬로그램의 살을 러닝, 필라테스, 요가, 사이클 등의 운동을 하면서 감량하였다고 하였다.

아이를 낳은 몸매라고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을 하는지 묻더니 친구 맺기를 하자고 하였다.

자기 이름을 알려주면서 직업은 모델이라고 하였다.

 어쩐지~~~~~

내년에 한국에서 패션위크가 열리면 올 수도 있다고 하였다.

만약 오게 되면 패션쇼에 우리를 초대하겠다고 하였다.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였더니 그동안 패션쇼를 했던 사진들이 수도 없이 실려있었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카자흐스탄 전통 결혼예복을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18세에 결혼을 하였고, 벌써 아이가 4명이나 있고, 나이는 33세라고 하였다.

한국인과는 다르게 그들은 결혼을 일찍 하는 것 같다.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결혼도 늦게 하고,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띄엄띄엄 짧은 영어로 말했다.

그녀는 아이를 넷이나 낳았는데도 신이 준 선물 같은 몸매를 하고 있었다.


 

 해변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두 부부는 습관처럼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때때로 읽고 있었다.

이런 점은 본받고 싶었다.

이들 케어는 전적으로 베이비시터의 몫인 것 같았다.

그녀의 남편직업이 궁금하다고 친구들은 그녀에게 물어보라고 하였다.

남편도 모델이냐고 물었더니 건설회사 사장이라고 하였다.


 그녀를 이틀 동안 빌라 내에서 수영장, 식당, 해변 등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지인이 되었고 우리는 여행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녀는 지금도 가족과 함께 푸꾸옥에 머무르면서 인스타그램에 여행소식을 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사파리 투어 사진과 선셋타운 불꽃놀이 사진이 올라왔다.

그녀로 인해 다시 푸꾸옥의 여행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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