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새작가 Feb 20. 2024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을 만났다

 얼마 전 친구들이 일본 예술의 섬, 가락국수의 고장, 다카마쓰 일대를 다녀왔다.

나는 다른 일정으로 함께 합류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다카마쓰에 가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인 '노란 호박'이 보고 싶었다.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프로필 사진에서 대신 감상하고 만족했어야 했다.


쿠사마 야요이 노란 호박

 어쩌다 과천현대미술관에 갔다.

야외에 세워진 조각품들을 감상하다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제주도를 비롯하여 몇 군데 상시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들이 있다.

과천현대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작가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라는데 의의가 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감상하였다.


 쿠사마 야요이는 어린 시절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질병을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교토시립공예학교를 졸업한 쿠사마아요이에게는 동물이나 식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각적 환각증세가 있었다.

정신질환인 줄 몰랐던 그녀의 부모는 그녀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을 모자라고 부족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매질을 했다.

그런 폭력을 피해 달아나 숨을 수 있었던 곳은 바로 호박을 쌓아 둔 창고였다고 한다.

그녀는 이후로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족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만 받게 된다.


 어느 날 그녀의 집 안에 있는 빨간색 꽃무늬 식탁보가 그녀의 눈에 꽂히면서 머릿속에서 계속 동그란 점들이 잔상으로 남게 된다.

본인의 머릿속에 물방울무늬들이 뒤따라 다니는 환영을 그녀는 작품 안에 녹여냈다.

그렇게 그녀의 작품들은 일률적인 점들의 향연으로 특화된 조각상들을 만들어 냈다.

 23살이 되어서 작품을 전시하면서 정신과 의사로부터 자신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작품활동을 했다.

울퉁불퉁한 땡땡이 노란 호박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그녀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 한다.

유년시절에 시작된 장애를 극복하고,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위대함이 현재의 그녀를 있게 하였다.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을 통해 명화작품놀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면봉을 이용한 찍기 놀이도 가능하고, 고무찰흙으로 호박을 빚어 색을 칠해보는 활동도 아이들은 재미있어할 것 같다.


 과천현대미술관에 있는 작은 노란 호박은 현대미술관 크기에 비해 너무 작아서 초라해 보였다.

미술관 주변은 대망의 봄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작업들로 분주하였다.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들이 묻은 작품들은 교체시기를 놓친 듯 녹슬어 훼손되고 있었다.

움직이는 조각품들은 작동을 멈춘 도 있고, 기하학적이어서 작품해석이 불가한 것도 있고, 너무 현실적이어서 작품의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들까지 다양하였다.



  날이 좋은 고즈넉한 미술관 뒤꼍길을 산책하면서 겨우살이로 힘든 잉무든 고목에 기생하는 초록의 이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끼들은 거목의 결을 따라 녹아져 내리는 얼음물에 수분마사지 중이었다.

미인은 잠꾸러기였던가?

긴 겨울잠에서 어나듯 잉무든 거목에 스며든 수분을 삼키며 새 옷을 갈아입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린이집 가을 운동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