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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Feb 22. 2024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졸업을 했다

 새벽에 출산휴가를 받아 휴직 중이던 교직원이 아기를 낳았다고 사진을 찍어서 핸드폰으로 보내왔다.

배냇저고리에 싸여있는 갓난아기의 머리숱은 풍성하였고, 감고 있는 두 눈은 반달모양을 한 피부가 뽀얗고 하얀 아주 예쁜 아기였다.

성품이 좋은 선생님은 즐거운 마음으로 열 달 동안 아기를 기다렸었다.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와서 배냇저고리에 싸여 누워있는 있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사진 속에 있는 갓난아기의 배냇저고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흰색이었다.


 인생을 시작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우리는 흰색 옷을 입는 것 같다.

인생의 마지막 가는 길에 관에 들어갈 때 입는 수의도 흰색이었다.

흰옷의 '희다'라는 뜻은 원래 '태양처럼 밝다'라는 뜻의 '해'에서 온 단어라고 한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의 빛은 밝고 하얀색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스스로 하늘의 자손이라고 여기면서 하늘을 섬겼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올릴 때는 흰옷을 입었다.

최근까지도 유교적인 가정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흰색 한복을 입고 지내기도 하고, 흰색 셔츠와 바지를 차려입고 지내기도 한다.

'백의민족이라고 했던가?

갑오경장을 겪으면서 한동안 상투를 자르고 검은 옷을 입게 하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명령에 부응하지 않았고, 대한제국은 패망하였고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도 흰옷을 고집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흰색 옷보다는 검은색 옷을 즐겨 입는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거리마다 까마귀 떼처럼 보이는 길고 짧은 검은색 패딩을 입은 젊은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검은색이 아니면 옷이 아닌 듯 젊은 사람들은 검은색을 선호하는 것 같다.

바쁜 일상에서 오염이 잘되는 흰색은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오래 입어도 때가 타지 않는 검은색을 추구한다.



 밤새도록 하얀 눈이 내렸다.

오늘은 7세 반 개나리반의 졸업식이 있는 날,

하늘에서도 개나리반 졸업을 축하해 주느라 밤새도록 새하얀 눈을 뿌려주었다.

아파트 곳곳은 온통 흰색으로 나뭇가지마다 축제 분위기였다.

개나리반 친구들은 하늘의 축복을 받은 친구들이다.

맑은 눈망울과 발그레한 어여쁜 볼,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웃음을 짓고서 오늘은 졸업식 날이라고 어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등원을 하였다.

원장선생님께는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할 줄 아는 어린이로 성장해 준 개나리반,

정말 멋지고 장하구나.

오랫동안 원장선생님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 내리는 하얀 눈은 마지막으로 내리는 올해의 하얀 겨울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겨울왕국에 온 것처럼 온통 세상은 하얗다.

흰색은 치유와 회복의 색이다.

세상 사람들아!

그동안 고민이 있었다면 하얀 눈으로 뒤덮인 오늘처럼 말끔해졌으면 좋겠다.


호세마르티라는 쿠바 시인은 '하얀 장미'는 우정을 상징한다고 썼다.

졸업하는 개나리반 친구들도 오늘 같은 날에는  하얀 장미를 나눠가지며 더욱 돈독한 우정이 쌓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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