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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Feb 27. 2024

봄이 오는 소리

 산행을 하다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 나온다고 말해주거나, 힘내라고 부추기기도 하고, 엄지 척을 날리면서 즐거운 산행이 되라고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산행을 하면서 거대한 푸른 산 기운을 받아 인간의 마음은 온유하게 변하는가 보다.


친구와 산행을 하다가 쉼터에 앉아 커피 한잔과 간식을 꺼내놓고 먹고 있자니 지나가던 나이 지긋하신 분이 옆자리에 앉아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네, 앉으세요."라고 하고 자리 한 칸을 비워드렸다.

옆에 있는 다른 의자들은 눈이 녹다가 눌어붙어 빙판이 되어 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커피를 한잔 드렸더니 가져온 초콜릿을 나눠 먹자고 하였다.

눈이 녹다가 빙판이 된 산길이 많아서 등산화 위에 아이젠을 차기 위해 잠깐 쉰다고 했다.

대략 7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등산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다.

당신은 산 뒤쪽에서부터 올라왔는데 우리에게 산에 올라가다 보면 아마도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봄이 오는 소리는 어떤 소리인가요.?"라고 물었더니 가다가 귀를 열고 잘 들어보면 들리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어르신은 잠깐사이에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젊은 시절부터 산을 오랫동안 다녔다고 하면서 근처에서 산악회 회의가 있는데 시간이 남아서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길이라고 한다.

차림새는 전문 산악인처럼 느껴졌고, 산도 잘 탈 것 같은 포스였다.

커다란 텀블러에 담긴 커피를 직접 내렸다고 당신의 커피도 한잔 따라 준다.

커피에 진심인 것 같다.

초콜릿은 네모난 사각통에 담아 오고, 종이컵 대신 스테인리스 커피잔까지 모두 구비해서 다니는 것을 보니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 같다.

그렇게 담소를 나눈 뒤 방향이 다른 어르신과 헤어지고 우리는 다시 올라가던 길로 계속 산행을 하였다.



 한참을 조심스럽게 눈길을 걸어가니 어디선가 시냇물 소리가 들렸다.

눈이 녹아서 계곡을 따라서 흐르는 계곡물이 들먹거렸다.

"아! 좀 전에 그분이 이 소리를 듣고서 봄이 오는 소리라고 했구나!"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똑같은 말를 했다.

눈보라 속에서도 잎보다는 꽃이 먼저 나오고 싶어 하는 매화봉오리도 만날 수 있었다.

빼빼 말라 얼어붙은 감 냄새를 까치가 맡았을까?

이파리도 없는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며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른다.


 새로운 봄이 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산봉우리마다 하얀 눈은 쌓여있다.

봄햇살의 기온은 약하디 약한 것이 언 땅을 모두 녹이기에는 봄햇살의 수고로움을 더해야겠다.

아직 찬바람에 코끝은 시큰하고, 내린 눈은 쌓여 있어도 봄은 이렇게 소리 내어 귀를 호강시킨다.

봄은 소리 없는 몸짓으로 꽃이 되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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