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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Feb 26. 2024

계원 곽자애 전

 눈을 떠서 돌아보면 온통 지평선만 보이는 김제 만경평야에서 자란 나는 만경초등학교룰 나왔다.

만경초등학교 1학년 1반에 처음 입학을 해서 사귄 친구들이 있다.

그때 사귄 친구들이 곽자애, 강기숙, 김병환, 송경희 등의 친구들이다.

특별하게 이 친구들과 죽고 못살았던 관계는 아니었지만 소식을 간간히 바람결에 전해 듣다가 어쩌다가 번개모임에 한 번씩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만나면 지나온 세월이야기, 가족이야기, 그 소싯적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친구 중의 하나인 친구 곽자애의 이야기를 하련다.



 초등학교 때 수업을 파하면 시골에서도 게 중에 시내에 살고 있는 곽자애 집에서 우리는 항상 모였다.

사랑방이었던 자애네 집에 책가방을 던져놓고 근처에 있는 피아노학원, 주산학원을 다녔다.

우리는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중학교에 가서는 다른 친구들을 사귀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친구가 되었던 우리는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어쩌다가 바람결 소식에도 반가울 따름이다.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곽자애가 개인 전시회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내 친구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오로지 한길만 걸어왔던 친구였다.

나는 이 친구의 초대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하였다.



 흔히 '개천에서 용 났다.'라말은 이런 친구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만경평야의 깡촌에서 유명한 인사가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오랜만에 인사동 경인미술관으로 나들이 삼아 다녀왔다.

60여 점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관에서 내 친구 곽자애를 만났다.

그림을 설명해 주는 그녀의 발그레한 볼우물과 예쁜 입매무새가 행복해 보였다.

여전히 활발하고 인상 좋은 내 친구,

그림마다 주제를 정해서 글씨를 새기고 그 위에 그림을 넣은 것이 특징인 것 같다.

설명을 쉽게 하지만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힘겨운 많은 시간들을 보냈을 것이다.



 작년 이맘때 이집트에 갔을 때 신전 안의 그림들이 떠올랐다.

이집트 신전 안의 그림에는 상형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림 안에 그 시대의 생활상을 추정할 수 있어서 귀한 자료였다고 했다.


 종갓집이었던 우리 집 제삿날은 일 년에 거의 열 번 이상이었다.

열두 달 내용의 글과 그림이 그려진 수묵화의 전통적인 동양화 병풍이 우리 집 제삿날에는 어김없이 대청마루에 펼쳐 놓였었다.

그 병풍 속 산수화를 그리신 분은 외할아버지셨다.

어머니께서 시집오면서 외할아버지의 그림으로 병풍을 제작하여 예단으로 가지고 오셨던 것이다.

그림을 그린 외할아버지는 곡부(曲阜) 공 씨 집안의 유명한 화가였다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 친정아버지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낡고 뒤틀린 병풍을 고물상 아저씨에 속아서 현란하고 화려한 수가 놓아진 병풍과 맞바꿔버렸다.

친구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 난 문득 외할아버지의 열두 달 산수화가 생각났다.

'TV 진품 명품'에 내놓자고 형제들끼리 얘기했던 병풍이었다.


 

 내 친구의 그림은 수묵화의 파격이랄까?

은장과 금장을 이용한 그림과 색상이 있는 화선지를 택한 것 등 현대적인 흐름을 잘 받아들여서 그림을 입힌 것 같다.

흑백보다는 컬러를 좋아하는 내게 안성맞춤인 그림들



 주요 작품의 테마가 대나무였다.

주문을 받았기에 주제가 대나무라고 했는데 처음부터 주로 대나무를 그렸던 것 같은 그림이다.

대나무의 우아함이 내 친구 곽자애를 꼭 닮아있는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산과 들을 좋아하여 늘 사진을 찍어서 그림을 그린다던 내 친구의 성실함은 오늘 결실을 맺어 이렇게 개인전을 열 수 있었을 것이다.


인사동 나들이에 경인미술관에 가거든 꼭 내 친구의 개인전을 둘러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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