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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r 19. 2024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

 <컬러 마케팅>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다가 서양미술사 서적을 뒤적이며 발견한 그림 한 점이 다.

17세기 벨기에 왕국 ‘플랑드르’를 대표하는 화가로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그림이었다.

루벤스는 ‘왕의 화가'로 칭송받았던 17세기를 대표하는 플랑드르 회화의 거장이자 웅장하고 화려한 바로크 회화를 상징하는 수준 있는 화가였다.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어학 실력과 언행으로 스페인과 영국 등 귀족과 기사 호칭을 부여받고 외교사절의 신분으로 유럽 각지의 궁정을 돌아다닌다.

당시 화가로서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명예학위를 받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 색채파의 대표로서 위대한 인물이었다.


 루벤스는 18세기 프랑스 코코코 미술과 19세기 낭만주의의 대표였던 외젠 들라클루아(1798 ~1863)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요즘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미셸 들라클루아전]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루벤스에게 관심이 갔다.

루벤스는 일찍 결혼을 하였지만 부인이 사망하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여인과 재혼을 한다.

그는 둘째 부인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화려한 바로크 시대의 유럽을 경험했던 루벤스는 화가라기보다는 귀족으로서의 삶을 누렸다고 전해진다.

루벤스의 그림 중에서 감옥 안에서 젊은 여인이 두 손이 묶인 노인에게 자신의 젖을 물리고 있는 그림이 한 점 있다.

 제목은 ‘로마인의 자비(Roman Charity)’, 부제는 ‘시몬(Cimon)과 페로(Pero)’였다.

노인 시몬은 젊은 여자 페로의 아버지였다.

시몬은 역모죄로 아사형(餓死刑)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혀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형벌을 받게 되어 곧 죽게 될 지경이었다.

그는 노인이었지만 국가에 대한 사랑으로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운동에 참여하여 싸운 애국자였다.

국왕의 노여움을 사게 되고, 그를 교수형에 처하고 죽을 때까지 아무런 음식도 주지 않은 형벌을 내렸다.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딸, 페로는 아버지 시몬이 곧 죽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교도소에 면회를 간다.

아버지를 면회한 페로는 뼈만 앙상하게 남고, 퀭한 눈을 하고 굶어 죽어가고 있는 아버지께 자신의 젖을 물려준다.

페로는 출산 후 수유기간이었으며 페로의 젖은 퉁퉁 불어 있었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페로는 불안한 모습으로 간수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아버지께 젖을 물리지만 간수가 그 모습을 보게 된다.

간수는 딸의 효심에 크게 감동을 받게 되고, 이러한 소식을 전해 들은 로마 법정은 시몬을 석방했다고 한다.     



 이렇게 루벤스는 감옥 안에서 자신의 젖을 물리며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리려는 젊은 여인의 부녀간의 헌신적 사랑과 민족혼이 담긴 애국심을 표현해 내려고 애썼다고 하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외설이라고 하면서 나이 든 남성이 젊은 여인의 유방을 애무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비난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나 또한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적잖이 놀라웠다.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이 커다란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었고, 두 손이 묶인 노인은 여인의 한쪽 젖가슴을 탐하는 것으로 보였다.

대부분 내용을 모르고 보면 노인과 나이 어린 여인의 타락한 장면이라고 할 것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내면의 깊은 사연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화가의 관점, 그림을 그린 시대상, 작가의 삶의 태도 등을 알고 작품을 감상하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화가의 인생철학과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 예술작품이다.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를 보면서 열정과 에너지를 주는 환희의 빨간색 여인의 옷과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천을 두른 노인의 옷에서 대비되는 컬러를 사용한 화가의 내면의 심리를 찾아보게 된다.


 어느덧 중년,

살면서 너무 속도를 내면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느라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지는 않았을까?

전력질주하는 경주마처럼 앞만 볼 줄 고, 뒤는 돌아보지도 못한 채 곁눈질조차 할 여유 없이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쉼표를 허락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나들이 삼아 야외 미술관도 다니면서 그림 한 점 감상하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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