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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r 25. 2024

또! 개나리꽃

 출근길에 긴 담장을 가진 집을 지나게 된다.

해마다 이른 봄이면 그 집 담장을 지나면서 위에서 아래로 늘어진 노란 개나리를 만날 수 있다.

올 해도 어김없이 또 개나리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개나리꽃은 3월이 되면 들과 산, 민가에서 흔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산기슭을 따라 피어나던 것이 어느새 민가로 내려와 자리 잡으면서 집 안의 꽃밭과 담장 아래 또는 길가에서 울타리 대용으로 피어났다.

문득 지나가는 행인에게 봄의 전령사가 되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그러고 보니 개나리 열매는 한약재로 사용한다는데 개나리가 열매를 맺은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꽃잎이 떨어지면 바로 잎이 되어버렸고, 그다음에 다른 들꽃에 묻혀서 잊혔었다.

대부분의 봄꽃이 그렇듯이 노란색 별 모양의 꽃을 지닌 개나리꽃은 가지에서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꽃을 피우다가 꽃이 지고 나면 초록색 잎이 무성해진다.

나리꽃보다는 덜 예쁘다고 하여 '개'라는 단어를 붙여서 '개나리꽃'이 되었다고 한다.

'개'라는 단어는 접두사로 쓰인다.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명사에 붙여 '개차반이다'라든지 '개떡', '개복숭아' 등의 명사로 사용한다.

또는 '쓸데없는'의 뜻으로 쓰여 '개소리한다' '개수작 부린다' 등으로도 사용하며, 개잡놈, 개병신, 개막장 등으로 사용할 때는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로 사용할 때이다.



  요즘 MZ세대들이 '개 이뻐', '개 귀여워', '개 무서워', 등등의 은어처럼 사용하는 신조어들이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개~~~' 접두어로 사용하는 단어들은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강조하고자 사용하는 의미가 더 많아졌다.

말릴 수도 없지만 요즘 세대들은 초긍정의 의미로 '개 똑똑' '개 이득' '개 좋아' '개 꿀' '개 이뻐' '개 간지' 등등 어떠한 단어에도 조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지금생각하면 습게도 처음 아들의 입에서 "꿀인데"라고 얘기할 때 의미를 몰랐기에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하라고 하면서 나는 야단을 쳤었다.


 대체로 '개~~~' 접두사를 붙일 때는 식물의 이름에 많이 붙여 사용하였다고 한다.

본래의 식물보다 식물이 작거나 볼품없고, 허접하면 이름을 지을 때 접두사를 붙여서 사용하는 말이었다.

개살구, 개복숭아, 개두릅, 개똥쑥, 개망초, 개똥참외 등등

개나리꽃의 꽃말은 희망, 기대를 뜻한다.

앞으로 다가오는 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의미일 것이다.


 담장 옆을 지나가다가 혼잣말처럼 "벌써 또 해를 보냈구나!'라고 읊조리게 된다.

시간의 흐름 앞에 초라해지는 나는 담장 아래서 개나리꽃이 필 무렵이면 더욱 애달프다.

앞뜰에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보고 나서야 "봄이 왔나 봄?" 하는 사람은 은 농부의 자질이 없다고 하였거늘........

찬서리 내리던 겨울의 아침을 깨고 하늘의 뜻을 전하러 오는 꽃이 피기 전에 시간의 변화, 세상의 변화,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노화 현상에 앞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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