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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r 26. 2024

세차만 하면 비가 오더라

머피의 법칙

 3월의 화창한 맑은 날,

 중 2회로 진행되는 차량 내부와 외관을 대청소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수족이 되어주는 애마에게 거금 육만 오천 원을 들여서 깨끗하게 샤워를 시키고, 구석구석 고압스팀세척으로 6개월간의 찌든 때를 털어냈다.

고압스팀세척기는 날아와 안착했던 자동차 껍데기에 쌓인 세상의 온갖 미세먼지 등을 속 시원하게 깨끗이 날려주었다.


 주말 내내 맑은 날씨에 20도를 넘는 기온이었기에 저녁 모임도 있고 해서 오늘은 좀 산뜻한 가벼운 정장을 꺼내 입고 출근하였다.

점심 이후부터 바깥풍경이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회색구름이 몰려오더니 어느새 금방 회색빛으로 변하면서 장맛비처럼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아우, 저런!'

어제 세차한 것부터 떠올랐다.

세차해서 때 빼고 광냈는데, 옷도 얇게 입었는데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춥기까지.......

"헐~ 세차만 하면 비가 오네?"

세차만 하면 비가 오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세차 후 비가 온다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세차를 하면 자동차가 깨끗해지고, 그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데 비가 와서 망쳐 놓기 때문에 내가 세차만 하면 비가 오는 것으로 착각을 할 수도 있다.

지인에게 세차만 하면 비가 내린다고 했더니 그에게는 흥미로운 주제인가 보다.

바로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라고 답을 내린다.



 머피의 법칙은 1949년 당시 미공군 소속 대위였던(엔지니어) 에드워드 머피(Edward A. Murphy)가 차세대 음속기 개발을 위해 인체가 버틸 수 있는 중력의 한계를 찾는 실험을 하면서 발견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 바로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다.

그 이후로 경제학, 심리학, 통계학, 수학 등의 여러 학문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의 방향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 어떤 일이 잘못되어 가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사용되는 말로 '하려는 일이 항상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현상'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둘 이상의 방법이 있는데 그것들 중에 하나가 나쁜 결과를 불러온다면 누군가는 자기가 원하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꼭 그 방법을 사용한다.


 이와 반대로 일이 자꾸 잘 풀리는 경우에는 '샐리의 법칙'이 있다.

1989년에 만들어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유래되었는데, '계속해서 자신이 바라던 대로 일이 일어난다'라는 뜻의 용어로 사용한다.

머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어쩌면 이 둘은 우리 일상에서 종종 경험하게 되는 현상들이다.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의 가장 흔한 예로는

시험 전 날 열심히 공부했는데 내가 공부한 곳에서 시험문제가 안 나왔거나,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는데 내가 선 줄이 가장 늦게 줄어들거나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데 내가 타려고 기다리는 버스만 오지 않거나.........

서양에서는 '버터를 바른 면이 항상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라는 말도 있다.


 머피의 법칙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며 확률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징크스'라고 보면 훨씬 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뇌는 인상 깊은 사건 위주로 기억을 남긴다.

이것을 '선택적 기억'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런 기억들이 자주 생기는 것을 '머피의 법칙'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실제 확률로 볼 때 절반정도의 성공률인데, 심리적 기대치 때문에 잘못될 확률을 높게 인식한다.

바로 인간의 '선택적 기억'때문이다.

일이 잘 되면 좋은 기억은 금방 잊히지만, 일이 잘못된 경우에는 안 좋은 기억만 머릿속에 계속 남아서 도끼질을 해댄다.

내가 주식을 사기만 하면 주가가 폭락한다.

내가 부동산을 취득하니 부동산경기가 하락하더라.

내가 전화만 하면 그 친구는 통화 중이더라.

비행기에서 무료로 주는 라면이 내 앞에서 떨어지더라.

티켓팅할 때 내가 선 줄만 유난히 길더라. 등등



 나는 보편적이고 심리적이고 통계적인 확률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비 올 확률은 평균 100일 이상이었다.

내가 세차만 하면 비가 내린다는 생각은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은 내 탓도 있지만

확률적으로 지금 비가 올 시기였고, 나는 기회가 되어 세차를 한 것뿐이다.

세차 후 비가 내리니 본전 생각이 났다.

육만 오천 원이면 자동세차를 열세 번을 할 수 있었다.

'선택적 기억 '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나는 계속 약만 오를 뿐이다.

행사 중 하나끝마쳤다는 뿌듯했던 기억으로 돌아가서 기억의 저편 너머로 돌아가자.

오랜만에 자동차 휠이 깨끗해져서 좋구나 좋다.


내 뇌의 선택적  기억의 오류, 머피의 법칙.

세차만 하면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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