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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Apr 02. 2024

분홍이 즐거운 계절

 날이 좋아서 샤넬 디자인의 분홍색 재킷을 꺼내 입었다.

등원하는 아이들은 원장선생님이 밝은 옷을 입고 있으면 예쁘다고 칭찬을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시간에 장미반에 들어가서 인사를 나누었더니 원장선생님이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다.

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칭찬을 먹고 산다.

그리고 착용하고 있는 목걸이도 예쁘다고 하였다.

귀여운 것들.......

분홍색 옷을 입으면 주변사람들도 잘 챙기게 되고, 사랑을 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아서 좋다.



 분홍색은 부드러운 감정상태에 대한 반영이다.

건강하고 혈색이 좋은 사랑 가득한 신체를 나타내는 색이다.

요즘 거리마다 꽃들은 숨 가쁘게 속삭이며 분홍색을 뿜어낸다.

천상의 색, 엷은 분홍색이 너울거리면서 온 세상을 뒤덮고서 인간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분홍의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찌르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날씨가 보내주는 음악과도 같은 신선한 공기로부터 혈액순환이 잘 되어 생기를 얻어간다.

분홍색 또는 핑크색은 발음하기도 좋고, 우리 몸과 가장 밀접한 색이다.

미국의 알렉산더 G. 사우스 교수는 교도소의 인테리어를 분홍색으로 바꾸고 난폭한 수감자들을 관찰했더니 혈압을 떨어뜨리면서 폭력성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교도소에 분홍색 인테리어를 도입한 두 교도관의 이름을 붙여 '베이커밀러 핑크'라고 하였다.

과거 유럽에서는 남자아이들이 핑크색 옷을 즐겨 입었다.

붉은 계열의 색은 힘을 상징하고, 피의 색으로 남자의 색이었다.

오히려 파란색은 우아한 색으로 여기면서 여성의 색으로 단정했었다.

분홍색은 피에 물을  연붉은색으로 인식하여 남자들이 주로 사용했다.

동양적인 풍습에서도 빨간색은 양기를 뜻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아이들이 색동저고리를 입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오늘 아침 Morning Gallery에서 받아 본 앙리마티스의 영향을 그림에 입힌 중국인 화가, 관쯔란의 작품에서도 빨강의 열정을 숨긴 분홍의 순수함과 환희가 묻어 나온다.


Guan Zilan (1903~1986)


  'Pink'의 어원을 살펴보면 '주름장식의 가장자리'라는 뜻으로 '패랭이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유래된 물건으로는 어린이집 교직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지그재그로 잘리는 '핑킹가위'가 있다.

카네이션의 자잘한 끄트머리의 모양 때문에 핑크로 알려지다가 17세기에 핑크는 별도의 색으로 인식하였다.

13세기에 인식된 파란색에 비하면 훨씬 늦게 알려진 색이다.

조주회사의 브랜드 굿즈도 남녀의 모습을 분홍과 파랑의 색으로 차이 나게 표현하고 있다.


 

 어린이집 현관에 있는 신발장의 신발들을 살펴보자.

대부분 여자 아이는 분홍색의 신발을 신고, 남자아이는 파란색 신발을 주로 신는다.

성인지학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꼭 그렇게 컬러로 남녀를 국한시켜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이라고 구별하여 사용한 시기를 보면 100년이 채 안된다.

분홍색이 여성의 색으로 인지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 이후로 아이젠하워 대통령 부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서 유행하였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좀 더 명확해진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광고업에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붉은색 색상을 화장품에 도입하여 분홍색을 여성의 색으로 전략적으로 광고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여자는 분홍색을 남자는 파랑으로 고집하도록 마케팅을 다.

화장품, 의류, 인테리어,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남녀의 구분을 색으로 고정관념화시켰다.


 2014년 프랑스에서는 여성부 장관이었던 파스칼 부아스타르라가 질문했던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핑크색은 사치의 색입니까?"라는 질문이었다.

이런 질문을 하게 된 계기는 마트에서 일회용 면도기를 판매하는데 파란색 면도기보다 핑크색 면도기를 더 비싸게 책정하고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Pink Tax'라고 불렀다.


  최근에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봄을 알려주고 있다.

봄만 되면 분홍색 컵 홀더를 비롯하여 매장의 제품과 소품 등의 인테리어를 연한 분홍색으로 바꾼다.

매년 일정하게 변화하는 컬러로 분홍색, 봄을 사용하는 것이다.

변하는 계절의 메인 컬러를 가장 먼저 사용하는 곳이 스타벅스가 아닐까 생각된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보게 되는 분홍색은 다정함과 즐거움, 행복 그 자제다.



 컬러는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그것을 우리는 '컬러 취향'이라고 표현한다.

컬러가 주는 감정과 에너지는 나의 선택이다.

나는 오늘 분홍색으로 살고자 하였다.

분홍색 재킷을 입고 출근하여 봄단장을 시작하였다.

겨우내 방치된 화단의 흙을 정리하고, 호미로 흙을 일구고, 풀을 뽑고서 아이들과 함께 화단에 각종 화초를 심을 준비를 하였다.

봄단장을 마친 거름 가득한 화단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했다.


 

  분홍색 봄을 즐기면서 내가 오늘 만나는 사람들은

분홍색과 궁합이 잘 맞는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는 사려 깊고 관대한 마젠타 계열의 옷을 입고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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