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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Apr 08. 2024

작약(Paeoniaceae)을 아세요?

 엄마는 봄이 되면 화단에 분홍색 꽃들을 많이 심었다.

내 기억 속의 엄마는 늘 꽃을 좋아하셨다.

바쁜 농번기에도 늘 꽃 가꾸기를 게을리하지 않으셨다.

봄이 되면 화단에 진분홍색 꽃잔디가 가득 넘쳐났고, 화단에는 순차적으로 모란, 아이리스, 수선화, 작약, 달맞이꽃들로 화단을 가득 메웠다.

특히 작약꽃을 좋아하셨던 우리 엄마!

엄마는 작약꽃을 항상 '목단꽃'이라고 불렀다.

모란과 작약은 헷갈리기 쉬웠다.

이 둘은 모두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식물이지만 모란은 낙엽관목, 작약은 다년생 풀이다.

나무인 모란은 나뭇가지 끝에서 새순이 돋고, 풀인 작약은 땅속에서 붉은 싹을 틔워서 성장한다.

모란과 작약은 각각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 봄의 전령으로 여긴다.

모란은 꽃이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왕의 꽃’이라 불리며 왕족을 의미하며, 남성적인 힘과 권위를 상징하고 있다.



 작약은 부드럽고 풍성한 꽃잎으로 '여성의 꽃’으로 불리며, 부와 명예, 그리고 여성의 아름다움과 고귀함, 우아함을 대표하는 꽃으로 인식되었다.

두 꽃 모두 한국의 전통문화와 예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다양한 예술 작품과 문학에서 영감을 주는 소재로 사용되었다.

한의학에서는 꽃이 갖는 치유의 특성을 중요시한다.

모란과 작약이 피기 시작하면 봄은 한층 더 성숙해진다.

조선 왕실에서는 모란을 주제로 그린 병풍을 사용했다.

병풍의 10폭 화면에 생동감 넘치는 모란꽃이 연속적으로 어우러져 웅장하고, 기품이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을 배경으로 화려한 작약꽃과 나무, 새들로 조화를 이룬다.


 4월 경에 모란이 피고 나면 5월에는 작약이 핀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시화집의 효시였던 고려 의종 이인로의'파한집'에 기록되어 있다.

한국에서 작약꽃이 역사적 의미가 깊은 식물이라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어린이집 화단에 작년에 작약 뿌리를 사다가 심었다.

작년에는 뿌리가 썩었는지 잘 나오지 않다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잎만 무성하게 자라다가 말라비틀어졌다.

올봄에 흙을 뚫고서 봉굿이 싹이 나오더니 오늘 아침에는 키가 이렇게 훌쩍 자라서 내 눈에 들어왔다.

작약 순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여 사진을 찍고 있는 내게 경로당 가시던 어르신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봄에 비료를 줘야 해! 그리고 꽃망울이 꽃봉오리를 일찍 따줘야 뿌리 비대가 잘 돼'라고 하신다.


 고대중국에서는 처음에는 약용으로 재배하였다.

중국의 국화하고 불리면서 부와 명예와 행운을 상징하는 꽃으로 200년 이상 재배되었다.

중국에서는 작약꽃을 '모란'이라고도 불렀으며, 모란 옆에는 항상 작약을 두고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중국 전설에 의하면 어느 한 공주가 왕자를 기다리다가 작약꽃으로 변했다는 슬픈 이야기도 있다.

중국 후한말에 유명한 의사 화타(華佗)가 있었다.

화타는 지인에게 작약꽃을 선물 받았는데 잎이나 꽃이 약재로 사용할 만한 것이 못되어 정원 한편에 버려두었다.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꿈속에 연속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이 화타의 정원 한편에 버려둔 작약이 있는 곳에 나타나게 된다.

꿈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여주었더니, 아내는 조심스럽게 "잎도 꽃도 약으로 안된다면 뿌리를 써보면 어때요?"라고 제안하였다.

화타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였는데 며칠 후에 화타의 아내가 생리통으로 고생하자 화타는 문득 작약의 뿌리가 생각이 나서 뿌리를 케어 먹였더니 생리통이 나았다고 한다.

화타는 아내에 세 사과하고, 작약의 뿌리를 약으로 사용하였다는 이야기다.


출처 - 핀터레스트

 

 '정이 깊어서 떠나지 못한다'는 꽃말로 사용되어 연인들이 자주 선물로 주고받는 꽃이라고 한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취서시작약'이란 시가 있다.'

작약꽃을 술에 취한 월나라 미인 서시(西施)에 비유한 시였다.

중국의 4대 미인이었던 월나라 미인, 서시의 이름을 따서 애칭으로 불렀다고 하니 과히 아름다움을 알 만 하지 않나?

서시는 월나라 왕인 구천의 원수를 갚으려고 오나라 왕, 부차를 유혹하기 위해 오나라로 보내어져 오나라를 멸망하게 만든다.

이후에 작약꽃은 술에 취한 듯한 모습을 표현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작약꽃을 좋아하면서 작약의 분홍빛 꽃잎만 보면 술이 취해 양볼에 홍조를 띤 '서시'를 상상하였다.

'작약꽃은 아름답다'라고 하며 '취서시'라고 불렀던 것이다. 


아양 떠는 고운 자태 너무도 아리따워,

사람들은 이 꽃을 취기 오른 서시라 하네.
이슬 젖은 꽃 기울면 바람이 들어주니,
오나라 궁궐에서 춤추던 때 비슷해라,


  

 일본에서는 나라시대에 유행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꽃의 왕으로 불리면서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며 일본 미술에서는 용, 봉황 등과 함께 작약은 상서로운 상징으로 묘사한다.

일본 속담에는

'앉으면 모란이요, 서면 작약이라, 걸어가면 백합이다'는 표현이 있다.

이라 봐도 저리 봐도 예쁘고, 곱디고운 미인을 표현하였을 것이다.

작약은 주로 동양 문화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여겼던 것이다.


 유럽에서는 작약이 중세에 도입되면서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기 있는 정원식물이었다.

성모마리아의 상징으로 종교예술에서 자주 사용하였으며 치유력이 있다고 믿었다.

가시가 없어서 성모의 자비로움에 누구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있다는 의미였다.

마르틴 숀가우(Martin Schongauer)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장미 울타리 안의 마돈나'에는 주황색 배경의 빨간색 옷을 입은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의 뒤로는 화려한 장미울타리가 있고, 옆에는 치유력이 있다는 작약꽃이 보인다.


로즈 가든의 마돈나, 조각된 액자, 1473년.

출처 - yoda.wiki


 그리스 의술의 권위자였던 치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제자인 파이온(paean)작약의 뿌리를 사용하여 하데스(Hades)와 아레스(Ares) 신들의 상처를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아스클레피오스가 질투를 하였다는 내용이 다.

 트로이 전쟁 배경을 담고 있는 호메로스의 서사인 '일리아스'에는 작약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고 전해지지만 작약에 대한 언급은 원문에는 없다.

전쟁 중에 다친 병사들을 의술의 신, 아폴론이 작약의 뿌리를 사용하여 병사들을 치료하였다는 기록은 일리아스에는 신들과 영웅, 전쟁, 사랑과 배신 등 인간적인 근본 주제들을 다루면서 독자들이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에두아르 마네가 즐겨 그린 꽃은 작약꽃이다.

에두아르 마네의 ‘병 속의 작약’은 그가 그린 작약꽃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가 투병 중에 가장 많이 그린 그림이 꽃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의 작약 그림 작품에는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한다.

결국 '까르페디엠'(현재를 마음껏 즐기라)는 메시지였다고 한다


병 속의 작약, 1864, 오르세미술관


에두아르마네 , Murauch Art Museum, 1882

 

  우아함, 여성다움, 고귀함, 온화함, 열정, 로맨스, 사랑, 순결, 왕족, 새로운 시작 등의 온갖 좋은 꽃말을 다 가진 작약은 결혼식이나 낭만적인 행사에 주로 사용되는 꽃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료에서 인지력 손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올봄에 작약꽃 한아름 선물해 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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