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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Apr 09. 2024

며느리는 시금치를 안 먹는다는데.

spinach

 친구 남편은 경북 영덕군 영해에서 시금치 유통업으로 성공해서 부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가끔 싱싱한 초록잎 시금치를 얻어먹을 수 있다.

해풍 때문인영해에서 재배되는 시금치는 달달하고 더 맛이 있는 것 같다.

시금치는 고대 페르시아 때부터 먹던 식물로 유럽을 거쳐 지중해요리에서 사용되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에서는 조선 초기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최세진에 의해 편찬되었던 [훈몽자회](1577)에서 처음 시금치가 등장한다.

우스갯소리로 며느리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시'자도 싫고 시금치의 '시'자도 싫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며느리는 시금치를 안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댁 식구들과 얽히는 게 싫다는 우회적인 표현일 것이다.


 어릴 때 나는 시금치를 먹지 않았다.

미끈거리는 식물의 식감 때문에 먹지 않았는데 요즘엔 몸에 좋다고 하니까 일부러 찾아먹게 되는 채소다.

일반적으로 시금치는 다양한 요리에 쓰이는 건강한 식재료다.

시금치를 잘게 썰어서 부침가루와 함께 섞은 후 프라이팬에 부쳐서 바삭하게 먹기도 하고,

잡채에 들어가는 단골 야채로 시금치와 당근이 있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소금과 마늘, 참기름만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 무침으로 먹기도 하고,

바질 대신 피자 위에 토핑으로 얹어 먹기도 한다.

시금치와 계란을 볶아서 간단하게 볶음요리를 해먹기도 한다.

각종 야채들과 함께 섞어서 발사믹 식초를 부어서 샐러드용으로 사용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늘어나면서 시금치는 안티에이징 식품으로 부각되었다.

우리 식탁에서 시금치는 최애 식물로 자리 잡았다.

채소를 색으로 구별하여 먹으면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한다.

색깔별로 주된 영양소가 정해져 있는 데 초록 잎의 야채에는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어서 짙은 색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타민 C나 카로틴, 루테인 등의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으면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고, 세포 손상을 예방할 수 있고 관절 건강을 도와준다.

염증 관련 질환이나 항암 작용할 수 있는 물질이 들어 있어서 암과 같은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를 본다고 한다.

 시금치는 비타민 함유량이 높아서 피부미용에 좋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칼슘, 철,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까지 풍부해서 뼈 건강에 좋고,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알려졌다. 

철분은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므로 임산부에게 더욱 좋은 식재료일 것이다.

시금치에 함유되어 있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특히 눈 건강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물질은 녹내장 및 황반변성을 예방하고 시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시금치는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면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어 과식을 예방할 수 있는 식재료다.


그림출처 - 핀터레스트

 시금치를 떠올리면 만화영화 주인공, 뽀빠이를 빼놓을 수가 없다.

시금치 통조림만 먹으면 힘이 불끈 솟아났던 뽀빠이,

올리브가 "뽀빠이~~~"라고 외치며 도움을 요청하면, 항상 어디서든 뛰어나와 위험에서 구출해 주던 뽀빠이가 힘이 세진 이유는 시금치에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뽀빠이가 철분이 많은 시금치 통조림을 먹고 힘이 세졌다고 선전한 이유는 프로듀서가 잘못 기재된 철분 함유량을 믿고 CF를 제작한 일화였다.

오히려 아욱에는 시금치보다 많은 철분이 함유되어 있다.

물론 이런 선전으로 인해 시금치를 안 먹는 어린이들에게는 특효약이 되었다면 다행이었다.



 오늘 아침 연합뉴스 내용 중에 '중동서 나는 아욱과 식물 '코비자'…'야생서 잘 자라고 영양소 풍부'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그나마 생명을 이어가게 해주는 식물이 있었다.

바로 그 식물은 중동에서 자라나는 시금치처럼 생긴 '코비자'라는 나물이다.

전쟁 때마다 '코비자'는 굶주린 사람들에게 끼니를 해결해 주었다.

식량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캐거나 저렴하게 구입하여 코비자를 끓여서 죽을 해 먹거나 수프를 만들어서 먹는다고 한다.

그것도 양이 모자라기 때문에 양을 늘리기 위해 죽을 쑤어 먹는 것이다.

조상 때부터 먹어 온 아욱과 식물인 '코비자'가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내용을 보도하였다.


 '코비자'라는 식물은 식물도감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데 아마도 '몰로카야(molokhia)'가 아닐까 생각된다.

 중동지역에서 국민음식으로 통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물로는 아욱과 에 속하는 몰로키야(molokhia)가 있다.

 베타카로틴을 섭취하면 피부점막이 재생되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고, 피부가 촉촉해진다.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야채,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으면서 '파라오의 음식'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중병을 앓던 이집트 왕이 몰로키야 수프를 먹고 치료되었다는 이집트 고사에서 '왕가의 것'이라고 표기되어 '왕의 야채'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비타민 A, B, C가 풍부하게 들어 있고, 닭고기나 쇠고기를 넣어 육스를 내어 스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이집트에 가면 음식의 소스에는 몰로카야를 갈아서 만든 소스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야채라고 해도 우리 비위에 맞아야 잘 먹을 수 있다.


 

 신문을 읽고 나서 오늘따라 시금치가 자꾸 생각이 났다.

퇴근 후 마트에 들러 시금치 한 단을 사기로 했다.

시금치 한 단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지름신이 내렸다.

장 본 물건이 너무 많아서 근처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있는 아들에게 사이좋게 함께 들고 가자고 제안했다.

집에 돌아와서 개그우먼 박나래가 만들어 먹던 '대패 삼겹살 숙주볶음'을 따라 해 보았다.

먹다 남은 김밥이 있어서 계란을 입혀서 노릇하게 익혔다.

된장을 풀고 가다랭이포와 멸치를 넣고 우린 후 건더기는 걷어내고, 씻어둔 시금치를 넣고 한소끔 끓여내니 구수한 시금칫국이 만들어졌다.

비타민, 미네랄, 황산화 물질이 가득한 영양소 덩어리인 야채로 몸 보신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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