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오전 일과를 막 끝내고 돌아서는데 6세 반 꽃잎반 교사가 원장실로 들어오며 “원장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뭐라 말을 못 하겠어요. 흑흑.......”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잊지 못하고 남자아이 둘을 원장실에 두고 나간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교사들이 원장실로 들어오면서 "원장 선생님! 드릴 말씀 있어요."다. 그럴 때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아 수명을 단축하는 것 같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들은 모두 이 말에 긴장을 할 것이다. 유아교육 기관의 현실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가 원장실을 노크하면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할 때 머릿속에 제일 먼저 스치는 생각은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다.
한 명의 교사가 스무 명을 돌보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개월밖에 안됐는데 벌써 두 번이나 눈물을 보이면서 아이들을 원장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남자아이 둘은 교실과는 다른 원장실을 둘러보며 천진난만한 눈망울을 데굴데굴 굴리며 무슨 일로 원장실에 와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원장실의 사면을 둘러보면서 보육실과 다른 집기류들을 만져보기도 하고, 잡아당겨보기도 하며 자기들끼리 키득키득거린다.
“아가들, 이쪽으로 와 보세요. 원장실에 왜 왔어요?”라고 물으니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난 아가 아닌데....... ”라며 잘 들리지도 않게 웅얼거린다.
다시 한번 원장실에 온 이유를 물어보니 친구와 싸웠고,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도 안 들릴만큼 작은 소리로 화장실에서 물장난을 쳤다고 한다.
‘그래 너희들이 친구들을 귀찮게 하고, 놀잇감을 빼앗고 던지면서 뛰어다니면서 놀이를 하고,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차지하고서 물장난을 쳤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 전부터 올해 새로 임용된 꽃잎반 교사는 스무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하였다. 점심 식사 지도, 양치 지도, 보육과 관련된 일상적인 일은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말 안 듣고 제멋대로 힘들게 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 게다가 교사는 아침마다 이 아이들을 생각하면 출근하기도 싫다고 하였다. 출근이 싫어질 정도라면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교사는 매일 활동이 왕성한 아이들이 다칠까 봐 불안하고, 부모님의 원성을 들을까 봐 두려울 것이고,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이 되면 우울감의 강도가 점 점 세질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두통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다녀와야겠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많으니 몸에서 부작용이 생겼을 것이다. 교사가 병원에 다녀온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또다시 이런 사달이 났다.
보육활동에서 벌어지는 반복되는 어려움에 원장으로서 명쾌한 해답을 주기가 어렵다. 다양한 아이들이 생활하는 어린이집에서 해마다 이와 같은 상황들은 늘 빈번하게 발생하고, 초임교사가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은 경력교사에 비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교과서대로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달라지니 조금만 기운 내서 참아보자고 달랠 수밖에 없었다.
원장실에 남겨진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고 다시 교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중의 한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담임선생님께 잘못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얼굴에는 자기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천진난만한 표정이다. 담임교사에게는 미안했지만 원장으로서 남자아이들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도 사랑스럽기만 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금쪽같은 내 새끼!
마스크를 낀 채 단체 생활을 하는 요즘의 아이들은 일상이 스트레스다. 몇몇의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잠이 덜 깬 상태로 눈을 비비며 다른 친구들보다 2시간 정도 먼저 어린이집에 등원을 한다. 많은 시간을 좁은 보육실에서 친구들과 지내다가 오후 6시 이후에나 귀가하는 아이들에게는 장시간 어린이집에 머물면서 지내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길어진 코로나19 상황으로 보육실의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등원하자마자 체온을 재고, 점심 이후에 또 한 번 체온을 체크하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하고, 밖에 나가서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똑같은 담임선생님, 똑같은 좁은 보육실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보육실 안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고, 점심식사 시에는 칸막이를 세워놓고 식사를 한다. 또한 낮잠시간에도 마스크를 껴야 한다와 아니다는 갑론을박의 연속이다.
요즘의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사나 영유아에게 나타나는 여러 가지 행동 변화 중의 하나가 '지독한 스트레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히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만한 방법이 없다.
어린이집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하며 재미를 탐구하고, 밖에 나가서 마음껏 뛰어놀아야 행복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긴 시간을 좁은 보육실 안에서 아이들끼리 서로 부딪히며 놀다 보니 자꾸 싸우게 되고, 장난치게 되고, 서로 다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놀이공간은 끊임없는 탐구의 세상이다. 그 재미난 탐구의 놀이 공간이 차츰 사라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