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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Apr 16. 2024

다음에 또 먹고 싶다


  4월 중순에 가뭄비가 하루종일 내렸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퇴근 후 해물탕에 소주 한 잔 마시는 즐거움이 최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인과 만나서 해물탕을 먹기로 했다.

맛있게 해물탕을 하는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지인들의 소개를 받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추천받은 음식점은 '회전초밥전문점'이었다.

강남에서 맛있게 먹었던 30년 전통의 회전초밥전문점이 생각났다.

지인의 오래된 친구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다행히 인근 백화점에 분점을 운영하고 있어서 찾아가기로 했다.


 초밥은 일본의 전통적인 요리다.

쌀밥을 식초에 절인 후 쌀밥을 손으로 조물딱 거려 단단하게 모은 후 그 위에 다양한 해산물과 날생선을 올려놓아 먹는 음식이다.

초밥은 형태도 다양하다.

손으로 뭉친 초밥을 '니기리초밥', 김으로 말은 초밥은 '마카초밥', 손으로 말아서 만든 초밥은 '테마키초밥'이라고 불린다.

일본의 역사에서 초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김치가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상징하듯이 초밥은 일본인의 역사와 문화와 맛, 일본의 사상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원래 일본은 섬나라로 생선이 주식이었다.

그래서 생선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초밥 문화가 시작되었다.

오늘날 초밥 장인들이 여러 가지 요리법으로 개발하여 보급하면서부터 전 세계인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서 즐겨 찾는 음식이 되었다.



 

 '회전초밥전문점'은 다양한 종류의 초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요리사들이 초밥을 만들어서 접시에 담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놓으면 손님들이 먹고 싶은 접시를 가져다 먹는다.

초밥은 원래 가장 좋은 재료를 엄선하여 사용하고, 요리사의 손맛에서 음식 맛이 좌우되므로 인건비가 높아서 결코 싼 음식이 아니었다.

어느 날 초밥집을 운영하던 분이 오사카 동쪽지역의 공장지대에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일꾼들을 위해 저렴하게 초밥을 제공하고자 '회전초밥전문점'을 착안했다.

아사히 맥주공장에서 사용하던 컨베이어 벨트를 보고서 저 벨트를 초밥집에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컨베이어 벨트를 초밥집에서 사용하면  요리사의 요리 시간과 노력을 단축시키킬 수 있어서 초밥 단가를 낮출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사히 맥주의 컨베이어 시스템을 개발한 기술자를 찾아가서 초밥집에 맞는 컨베이어 벨트를 제작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러나 맥주공장에서 사용하는 벨트는 사이즈가 너무 커서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5년 동안 연구 끝에 사이즈를 줄이고, 속도와 방향을 초밥집에 맞도록 설계하여 제작하였다.

벨트 덕분에 초밥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었고,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200개 지점을 설립하였다고 한다.

 그분이 바로 '시라이시 요시아키(白石義明)'라는 사람이었다.

성공하는 사람은 보는 눈이 다른 것 같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깊게 생각한다는 점이 특별한 것이고,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즐겼기 때문에 사물을 보는 눈이 있었고, 소비자를 고려하는 전략으로 기회를 포착하였을 것이다.


 회전초밥전문점은 신선한 재료를 최우선으로 취급하는 게 장점이며, 정통일본스타일의 초밥을 제공하는 곳이어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밥을 먹기 위해 저녁시간대에 백화점을 가 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평소에 백화점에는 잘 가지 않는데 초밥을 먹기 위해 이 시간에 백화점에 왔다.

백화점은 한산했지만 회전초밥전문점 앞에서만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정도 웨이팅을 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4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이곳에 오면 회전초밥도 먹을 수 있고, 직접 먹고 싶은 초밥을 즉석에서 주문하면 만들어주기 때문에 젊은 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인 것 같다.


 '저녁을 먹는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점심을 휘뚜루마뚜루 먹어서 배가 고픈 터라 허겁지겁 초밥을 우걱우걱 위장 안으로 때려 넣었다.

대화도 없이 오로지 먹는 일에 집중해서 아주 많이 먹었다.

먹기 위해 기다렸던 시간보다 먹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연어알 마끼를 마지막으로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웨이팅이 있는 곳에서는 밥을 먹으면 마음 편하게 먹기 어렵다.

기다리는 사람들로 불안하게 먹어야 하고, 먹자마자 일어나야 것 같기 때문이다.

전투적으로 식사를 하고 나니 후회가 밀려온다.

밥은 우아하고 조용히, 천천히 먹으려고 애쓰지만 막상 음식을 앞에 두면 그런 생각은 허공으로 공중분해되고 만다.

저녁식사에 탄수화물을 이렇게 많이 먹어주면 다음날 항상 몸무게는 1KG 이상 늘어났다.

오늘 아침 몸무게를 재보니 만만치 않게 올라가 있었다.

탄수화물은 죄가 없다.

그냥 내가 생각 없이 많이 먹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회전초밥은 맛있었다.

아들이 잘 사용하는 표현 중에 " 다음에 또 먹고 싶다."가 있다.

다음에는 사케와 함께 우아하게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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