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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Sep 09. 2024

어떤 결혼식

 오늘은 지인 분 딸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분주하였다.

지인은 남편 없이 딸아이를 데리고 부모님과 함께 살았었다.

그러나 지인은 하나뿐인 딸을 혼자 남겨두고 지병으로 그만 먼저 세상을 등지고 갔기에 그 딸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지인의 딸은 똑똑하고 공부도 잘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은행에 취업을 하여 5년 정도를 다녔다.

은행을 다니면서 야간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자 은행을 그만두고 공무원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연봉 차이가 많이 나는 직업군으로의 이직으로 오래 다니지 못하고, 다시 벤처 투자회사로 자리를 옮겨갔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직업도 잘 바꿀 수 있어서 좋겠다.


오늘 똑똑한 그 딸이 결혼을 하는 날이다.

얼마나 야무진지 자기가 집도 스스로 마련했고, 결혼식도 알아서 모두 준비를 했다고 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손 벌리지 않고 모두 자신이 준비했다.



 신랑 될 사람도 참 잘 만난 것 같다.

신랑이 인상도 좋고, 직업까지 좋았다.

**회계법인 회계사인데 세무사 자격까지 갖춘 인재였다.

신랑 측 아버님도 인상이 무척 좋아 보였다.

신랑 어머님은 며느리 욕심을 내볼 만한 입장이었겠지만 아들이 좋다고 하니 결혼을 시켰을 것 같았다.

결혼식 후, 식사하는 내내 말씀이 없으셨다.

식사도중에 팔십 대 중반이신 신부의 할아버지는 메모지에 오시는 손님 명단을 적어놓고 체크하고 계셨다.

누구는 화환을 보냈고, 누구는 오지 않았고, 누가 잊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전화를 하셨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셨다.

결혼식이 끝나자 할아버지는 당신 친구분들이 낸 축의금을 가져가야겠다고 했다.

당신 친구분들께 점심을 사야 하니까 그게 맞다는 것이다.

결혼식 당사자인 신부에게 먼저 의향을 묻는 게 순서인 것 같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사람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성격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젊어서부터 욕심이 많으셨던 할아버지는 나이를 먹어도 습관과 생각은 그대로였다.


  나는 결혼식을 보면서 부모도 없이 저 아이가 살아왔을 십 대와 이십 대의 치열했을 삶을 돌아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랑과 신부의 앞날에 꽃길만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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