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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Sep 12. 2024

자생식물원에서 만난 산수국

 설악산 자생식물원을 방문하였다.

숲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서 식물들을 구경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자생식물원의 식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자생식물원을 걷다가 뱀도 만나고, 버들치도 만나고, 무심코 떨어지는 도토리도 만났다.

여러 종류의 꽃들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원은 자연도감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수국과 산수국의 차이를 설명하는 숲해설사의 해설을 흥미롭게 들었다.

숲해설사는 우리에게 퀴즈를 냈다.

"벌이나 나비가 좋아하는 꽃은 어떤 꽃일까요?"라고 물었다.

나무팽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정답을 맞히면 한 개씩 나누어주겠다고 하였다.

아이들은 대상으로 퀴즈를 낸다면 팽이가 갖고 싶어서 정답 맞히기에 열을 올릴 것 같다.

'향기가 좋고, 꿀이 많고, 꽃가루가 많으면 벌과 나비가 많이 날아올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다면 한 개씩 팽이를 가져가라고 하였다.

재미있는 아이스브레이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수국은 일반꽃들과 달리 꿀도 없고, 향기도 없고, 꽃 봉오리도 작고, 꽃가루가 없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 하면 벌과 나비를 불러들여서 수분을 할까'를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식물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은 바로 '번식'이었다.

그래서 산수국은 하나의 전략을 짜기로 하였다.

진짜꽃이 피기 전에 가짜꽃을 진짜꽃 가장자리에 먼저 꽃을 피우게 하였다.

가짜꽃이 핀 것을 보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도록 머리를 쓴 것이다.



 산수국은 가짜꽃이 먼저 다 피고 나면 진짜꽃이 피기 시작한다.

가짜꽃을 보고 벌과 나비가 날아와서 진짜꽃인 줄 알고 왔다가 또 옆에 꽃이 있으니까 바로 이곳에서 향기가 없는 진짜꽃의 꿀을 먹고 수분을 하고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벌과 나비가 모두 꿀을 먹고 가면 가짜꽃들은 할 일이 없어졌으니 자기 일을 마치고 꽃잎을 비틀어서 뒤집어진다고 다.

그렇게 꽃잎이 뒤집어지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숲해설사는 꽃잎을 잘 살펴보라고 하였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 산수국의 가짜꽃들은 모두 뒤집혀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원래는 하늘을 행해 펴 있던 꽃들이 뒤집혀 있었던 것이다.


산수국   /   사진 출처 - 네이버지식백과

   

 벌과 나비들도 꽃들에게 다가와서 꿀을 먹고, 수정을 하고 가는 그 과정은 우리가 그냥 보는 것보다 굉장히 힘들고,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식물들도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모양으로, 색깔로, 향기로 표현하며 '나 이제 이미 결혼했으니 힘 빼지 말고 다른 아름다운 꽃들을 찾아가'라고 알려준다는 것이다.

벌들이 날아와서 저렇게 뒤집어진 꽃을 보고서 저 꽃에는 더 이상 꿀이 없다는 것을 알고 꽃 위에 앉지 않고 날아간다고 한다.

해설을 다 듣고 보니 산수국은 참으로 기특한 꽃이었다.

기특하게도 식물들은 그렇게 서로를 위해가면서 배려를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우월한 존재, 인간인 우리들~

오늘 하루도 부지불식간에 서로를 배려하며 멋진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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