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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Sep 20. 2024

파친코를 보다가

  추석연휴의 즐거움 중 하나는 영화를 보는 일일 것이다.

요즘에는 극장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방 안에서 시청 가능한 영화 사이트들이 많다.

넷플릭스, 티빙, 애플 tv 등 채널 가짓수도 많고, 볼 영화도 다양하다.

너무 많은 영화를 놓고 이번 추석에는 무엇을 봐야 할까 고민하였다.

마침 유튜브에서 '파친코 시즌1'을 몰아볼 수 있었다.

눈이 빠지도록 시청하고 났더니 시즌2가 궁금했다.


 '파친코'라는 단어는 별로 좋은 단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일 먼저 '도박'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관광호텔 지하 1층에 가면 번쩍거리는 조명이 있고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파친코 1이 나왔을 때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여배우도 모르는 사람이고, 이민호도 좀 그렇고, 윤여정 배우 역시 영화 미나리에서의 모습처럼 보이니 영화가 흥미로울 것 같지 않았다.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 동포들이 파친코 사업을 많이 한다고 했다.

일본에서 전쟁직후에 파친코가 대유행을 하였는데 전쟁으로부터의 초초함과 불안감, 허탈함을 파친코에서 쏟아지는 구슬의 행운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파친코는 2022년에 방영된 미국드라마였다.

2017년에 이민진 작가의 작품으로 탄생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일제강점기 때 한국인의 삶과 일본과 미국 등으로 이민을 간 조선인들이 겪었던 역사를 다루었다.

한국여인 '주인공 선자'를 통해서 50년의 역사를 가족 4대가 겪었던 삶을 자세히 그려내고 있었다.

이삭, 노아, 모자수, 솔로몬.....

 

 파친코 1,2를 집필한 이민진이라는 작가도 일곱 살 때 부모님을 따라서 미국 퀸즈로 이민을 갔다고 했다.

퀸즈는 이민자가 많았고, 전 세계 가장 많은 수의 언어가 사용되는 도시였다.

전쟁을 겪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해방 후 1. 4 후퇴 때까지 평안남도 원산에서 살았는데 징병에 끌려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배를 타고 서울로 피난을 나왔다고 했다.

 그 후 남한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다가 월남이 폐망하자 그다음으로 한국이 전쟁이 날 것 같은 생각을 했고,  1976년도에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국이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로 이민을 갔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20년간 주얼리도매상을 하면서 세 자매를 공부시켰다.

그녀는 이민을 간 후 조용한 소녀로 성장하면서 책을 좋아했으며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학에서 공부를 한 수재였다.

그녀는 법학을 전공하였으나 글이 쓰고 싶어서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오로지 집필에만 매달려서 10년씩 걸리는 장편소설을 썼다.




 주인공 ''선자는 한국의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지만 16세에 젊은 유부남을 만나 임신을 하게 되고, 목사 이삭을 만나 일본 오사카로 시집을 가게 된다.

일본과 미국 등 여러 나라로 이동하면서 시간적 배경이 어수선하게 나열되지만 결국 선자의 가족 이야기가 1989년까지 나열된다.

한국인들이 부대끼며 살아갔던 이민족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들을 어쩌면 저렇게 찰떡으로 잘 캐스팅을 하였는지 영화감독이 궁금했다.

시간의 간극이 있어서 외형적으로 세월의 흔적을 분장으로 표현해 내느라 애를 먹었을 것 같다.


김민하 배우는 처음에 눈이 가지 않았는데 나이 어린 배우가 저렇게 강단 있는 목소리로 당차게 연기하는 모습과 구성진 사투리 연기가 멋스러웠다.

정은채 배우는 원래 도시적이고 목소리가 청량해서 좋아했었다.

그런데 시대극에도 잘 어울리는 세련된 부잣집 여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

이민호 배우가 저렇게 연기를 잘했었는지 감탄하면서 보았다.

파친코에 나오는 배우들은 각자의 시대적 현장에서 살아가느라 힘겨워 보였다.

어찌 보면 요즘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기도 했다.

정은채 배우가 연기한 '경희'라는 인물을 보면서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댓글에 여러 사람들이 "나라면 그냥 난 행복을 찾아 떠난다"라고 했다.

본능대로 갈 것인가 이성의 시각으로 나의 현실을 들여다볼 것인가의 기로 선 인물이었다.

심리학자 칼 융의 정신분석학에서 보면 본능과 자아와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역할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원작이 궁금했다.

전 세계 33개국으로 번역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주문한 원서로 파친코 책이 도착하였다.

영어로 읽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작가의 서정을 읽어내고 싶어서 번역서를 사지 않고 원서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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