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p 24. 2024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자아이미지
자기 모습에 대해 지나치게 심취해 있는 경향을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고 한다.
1800년대 후반 심리학에서 사용되었는데 정신과 의사였던 독일인 네케가 만든 용어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소스'라는 미소년의 슬픈 서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르시소스는 매우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라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잘난 체하고 자존심이 강해서 그 누구의 마음도 받아주지 않는다.
나르시소스의 어머니 리리오페는 강의 요정이었다.
리리오페는 홍수에 휘말린 후 나르시소스를 낳고 어느 날 아들의 운명을 예언자, 테이레시아를 찾아가 물었더니 나르시소스는 자기 자신의 얼굴만 보지 않으면 오래 산다고 하였다.
리리오페는 동료 요정들에게 나르시소스가 절대로 샘물에 얼굴이 닿지 않도록 하고, 샘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숲의 요정이었던 '에코'는 나르시소스를 흠모하였으나 말을 걸지 못했다.
제우스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잡으려고 했던 헤라가 방해를 했기 때문이었다.
헤라는 제우스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잡기 위해 숨어 있었는데 숲의 요정들과 에코가 수다를 떠는 바람에 제우스를 현장에서 놓치게 된다.
이에 화가 나서 에코에게 치명적인 복수를 하였다.
수다 떨기 좋아하는 에코의 입을 막아서 자기 말을 할 수 없게 만들고, 누군가의 마지막 말만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사랑하는 나르시소스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에코는 슬픔이 너무 커서 자기 몸은 사라져 버리고, 목소리만 남게 되었다.
이로 인해 화가 난 요정들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나르시소스를 이르게 되었고, 나르시소스는 네메시스의 노여움을 사며 샘물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에 빠지는 벌을 받게 된다.
어느 날 나르시소스는 사냥을 하다가 숲 속에서 목이 말라서 맑은 샘을 찾게 되었다.
더위를 시키려고 샘물에 몸을 숙이자, 그 순간 샘물에 비친 아름다운 자기 모습을 보면서 넋을 잃었다.
조각 같은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탄성을 질렀다.
나르시소스는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대상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물속에 비친 자신을 연인에게 하듯 입을 맞추고, 자기 자신을 껴안기 위해 두 손을 샘물에 담가보았으나 그럴수록 물속의 형상이 사라졌다.
나르시소스는 실체가 없는 대상을 사랑하게 되었고, 계속 물속에서 자신을 피하자 비참함을 느끼게 된다.
나르시소스는 그를 사랑했던 에코처럼 점점 기운을 잃고 아름다운 외모는 생기를 잃어간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에코는 마음이 아팠다.
에코는 가여운 나르시소스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켜주었다.
나르시소스의 누이인 물의 요정들은 오빠를 애도하면서 에코와 함께 슬픔을 같이 하였다.
그러나 나르시소스의 시신은 온 데 간데없었고, 그가 죽은 자리에 하얀 꽃잎을 가진 노란 작은 꽃, 수선화가 피어났다.
정신분석학에 의하면 대체로 유아기부터 청소년 시기까지는 본능이나 관심이 주로 자신에게 쏠려 있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상황을 '1차적 나르시시즘'으로 표현하였다.
성장하면서 유아기의 본능이나 관심거리, 애정 등은 엄마에서 이성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에 배신을 당하거나 비난받게 되는 노출 횟수에 따라서 상대방에 대해 애정을 보일 수 없게 되고, 유아기나 더러는 청소년기처럼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자기애'에 빠진다.
자기 자신을 최고로 여기면서 자신이 매우 뛰어나다고 믿는 현상을 '자신의 이상화된 자아이미지'라고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아이미지를 갖고 있고, 거기에 맞추어 행동하려는 강한 욕구를 지녔다.
'나는 ~~ 한 사람이다'라고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중심적 성격'이나 '잘난 체하는 행동'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도 자신의 말과 행동을 자아이미지와 일치시켜야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1960년대 성형외과 의사였던 맥스웰 몰츠는 그의 저서, '사이코 사이버네틱스'에서 '자아이미지는 개인 성취의 한계를 설정하며, 기계처럼 자아이미지를 바꾸면 성격과 행동도 변한다'라고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