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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Oct 29. 2024

일진이 좋지 않은 날


 가끔 인생은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함토링 심사를 하기 위해 시간이 임박하여 사무실을 나왔다.

운전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일 차선을 직진하고 달려가는데 갑자기 2차선에서 옆으로 흰색 자동차가 직선으로 달려들었다.

"쿵!"

"어머"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동차가 차의 오른쪽 범퍼와 앞바퀴를 들이박고 앞쪽으로 나아가더니 주차 브레이크를 당기고 서 있었다.

나는 자동차의 시동을 끄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순간적으로 사고가 났음을 직감했다.

분명 2차선에는 노란 버스가 나와 같은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고, 나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대기줄에서 직진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흰색 자동차가 옆구리에 부딪히며 내 차의 앞쪽으로 직진하면서 섰다.

흰색 자동차는 사거리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서 주유소 출입구에서 3차선으로 나오다가 서서히 2차선으로 끼어든 것이 아니라, 3차선에서 바로 2차선으로 달려들어 온 것이다.

동시에 3차선과 2차선을 뚫고 직진해서 내 자동차와 부딪혔다.



 한참만에 긴 생머리의 예쁜 젊은 여자가 B**자동차에서 내렸다.

초보 운전자 같다.

나도 차에서 내렸다.

"어떻게 하는 거죠?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나도 모른다 이 가스나야!" 마음속으로 욕이 나왔다.

점잖은 체면에 욕은 할 수 없었고, "보험회사에 전화해 보세요."라고 하였다.

"차를 옮겨야 될까요?"라고 재차 물었다.

"나도 모른다 이 가스나야!" 속으로만 계속 욕을 했다.

"그것도 보험회사에 물어보세요"라고 말했지만 머릿속에서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드라마에서 보면 대체적으로 이 순간에 분명히 뒷 목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압승일 테니까.......

순간 충격이 있으니 열흘간 병원에 입원해야 할 각이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고 사고접수를 하였다.

차를 옮겨도 되냐고 물었더니 통행에 지장이 없다면 가능하면 자기가 도착할 때까지 자동차를 옮기지 말아 달라고 하였다.

달리는 자동차들에게 미안함도 있었고, 부끄러움도 모두 한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상대방 여자의 시어머니라고 달려왔다.

이 근처가 집인 것 같다.

시어머니도 곱다.

미안해서 어쩌냐고 했다.

다친 데는 없느냐고 건성으로 묻는다.

나는 대답을 안 했다.

예쁜 젊은 여자도 건성으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미안해요. 너무 바쁜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었어요."라고 한다.

"야, 이 가스나야! 나는 지금 너보다 더 바쁜 미팅이 두 건이나 있다."

또 속으로만 욕을 한 바가지를 했다.


 이 여자는 요즘 유행하는 배꼽티를 입고, 재킷을 걸쳤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내가 며느리를 보면 '내 며느리도 저런 모습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로변에 멀건히 서서 두 여자가 지그 재그로 차를 세워두고 전화기만 누르고 있었다.

40여 분 정도 기다리니 양쪽 보험회사 담당자들이 나타났다.

보험 담당자들이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동영상 촬영을 하고, 블랙박스 칩을 꺼내 녹화를 하더니 차를 옮겨도 된다고 하였다

차를 한쪽으로 옮겨서 처리를 하고 각자 헤어졌다.



 오늘은 아침부터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이었다.

내 불찰은 아니지만 자동차 사고가 났다.

마침 자동차 보험이 만기가 되어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무사고로 할인받기로 되어 있었다.

할증료는 내지 않을지 걱정이었는데 100% 상대방 과실이라고 연락이 왔다.

어쨌든 자동차 사고는 기분이 좋지 않다.

수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렌트해서 다른 차를 타야 하고,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한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다.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겠다.

충격으로 등과 어깨가 무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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