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우이령길을 걸었다.
두어 달 전에 다녀왔던 우이령길에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서 천천히 길을 나섰다.
아직 단풍은 물들지 않았지만 역시 걷기에 편안한 곳이었다.
우이령길은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시 교현리를 연결하는 작은 숲길이다.
북쪽으로는 도봉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북한산의 경계지대에 위치한다.
1968년에 대통령이 살고 있던 청와대를 무장공비가 침투했던 사건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전면금지되었던 곳으로 아직은 청정지역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역사적 의미를 지닌 특별한 코스로, 이곳을 탐방하려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우이령길은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국립공원공단에서 예약을 통해 출입을 관리한다.
하루에 천명씩 다닐 수 있도록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으로 아직은 자연경관이 침해받지 않고 제법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다.
우이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교현 탐방센터까지 걷다 보면 만보 이상 걸을 수 있다.
가는 길에 오봉의 산꼭대기의 둥근 암석(tor)을 볼 수 있는데 지형학적 용어로 토르라고 한다.
처음에 한 덩어리였던 화강암이 냉각 및 팽창으로 표면에 절리가 생겨나면서 직각을 이루어 교차하는 수평절리와 수직절리에 의해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
나뉜 조각들은 풍화작용에 의해서 둥글려지고, 그 과정에서 생긴 주변의 흙은 빗물에 씻겨 내려가면서 둥근 핵만 꼭대기에 남았다고 한다.
다섯 봉우리가 모여 있어서 '오봉'이라고 불린다.
오봉에 얽힌 설화를 만들어서 시민들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오봉을 바라보면서 걸어가다 보면 석굴암이라는 절이 나온다.
그 절을 지나서 한참을 내려오면 교현탐방지원센터에 다다른다.
교현탐방지원센터 가는 길에 공중화장실 세 곳을 지나간다.
우이탐방지원센터에 한 곳, 중간 지점에 한 곳, 교현탐방지원센터에 한 곳이 있다.
얼마 전에 이곳을 지나가는 길에 교현탐방지원센터 옆에 있는 화장실이 고장이 나 있었다.
그때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는데 한 달 후에 다시 가보았지만 여전히 '수리 중'이라고 쓰여있었다.
나는 북한산 우이령길 교현탐방지원센터 사무실에 노크하여 화장실 수리가 언제쯤 되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잘 모른다고 했다.
나는 되도록 빠르게 화장실을 수리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리고 다시 3주가 지났다.
오늘도 여전히 화장실은 수리가 되어있지 않았고, 11월 말에 교체할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몇 개 안 되는 화장실 수리에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걸까 궁금했다.
요즘 같은 단풍철에 국립공원 내 시설물 보수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시설물 보수는 보통 국립공원 사무소나 관리업체에서 담당한다고 한다.
교현탐방지원센터는 북한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탐방객 안내 시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국립공원 방문자들에게 탐방 경로를 안내하거나 안전 정보를 제공하고, 환경 보호 교육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매일 등산객들에게 예약확인만 하면서 인원수나 체크하는 곳은 아닐 것이다.
우이탐방지원센터에 물어보니 서로 관할하는 곳이 다르다고 하였다.
두 달 가까이 교현탐방지원센터 화장실 수리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는 집 안의 화장실을 고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공공시설물들은 빠르게 수리가 되지 않는 이유는 예산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수리 작업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늦어지거나 예산 배정이 제 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공공시설 수리 작업은 보통 공공 입찰이나 특정 절차를 통해 수리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수리에 필요한 특정 부품이나 자재가 부족해서 주문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수 도 있고, 수리 계약 체결이나 행정적인 절차가 지연될 경우 작업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기존시설을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으로 기존 시설에 대한 수리를 미루고 새로운 계획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좀 더 정확한 이유를 알려면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에 직접 문의하여 사유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빠른 시일 내에 화장실을 수리해서 등산객들이 곤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수리 중'이라고 보기 싫게 붉은색 띠가 둘러쳐진 화장실 앞을 지나면서, 자연경관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시민들이 아름다운 우이령길을 경험할 수 있도록 관리에 힘써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요즘처럼 날씨 좋은 날, 우이령길 탐방은 자연과 역사의 조화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아주 좋은 최적의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