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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의 무의식과 사랑

by 남궁인숙


토요일 친구들과 종로 3가에서 만나서 인사동을 거쳐 안국역까지 걸어갔다.

오랜만에 나와 본 인사동 거리에는 사람들도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인파로 인해 무엇을 보고 가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길을 헤집고 앞으로 나아가기 바빴다.

걸어가고 있는데 여대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길을 가던 우리를 세우더니 오늘 결혼식장에 다녀온 친구에게 사진을 한 컷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무슨 용도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00 여대 패션학과 학생인데 학교 과제 중에 '인사동 거리의 요즘 패션 트렌드'에 관해 조사해 오는 것이라고 하였다.

친구가 입고 있는 오늘 의상이 멋있어 보여서 찍고 싶다고 했다.

얼굴 안 나오는 조건으로 찍어도 된다고 하고 포즈를 취해 주었다.

우리는 까르르 오십 대 후반 아줌마들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면서 색다른 경험에 즐거워하였다.

안국역까지 걸어오는 내내 다양한 길거리 풍경들을 구경하고, 잡화점에서 파는 다용도 가방을 한 개씩 사들고 길거리 사진도 찍어 보았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와인 클래스에 모여 웰컴 티를 마시고 있자니 쿼드대표는 새로 나온 와인이라고 하면서 스페인산 '니바리우스'를 한잔씩 따라주었다.

스파클링의 신선한 맛이었다.

미리 와서 강의를 준비하는 도슨트와 눈인사를 나누었다.

오늘의 주제는 '살바도르 달리의 무의식과 사랑'이었다.

초현실주의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예술 세계에서 여인은 아주 중요한 주제였다.

그의 작품 속에서 여인은 주로 그의 뮤즈이자 아내였던 '갈라 달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고 한다.

살바도르 달리보다 열 살 연상인 갈라는 달리에게 단순한 사랑의 대상이 아닌, 창조의 원천이자 그를 초현실주의의 거장으로 이끈 동반자였다.

달리의 작품 속 여성은 종종 모성, 에로티시즘, 생명, 그리고 신비로움을 상징하는 존재로 표현되었다.

그는 여성을 강력한 창조적 에너지를 가진 존재로 묘사했으며, 여성의 몸은 꿈, 무의식, 심리적 세계를 탐구하는 매개체였다.

이는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세계와 무의식을 표현하려는 시도로 달리의 작품에서 여인은 단순한 성적 대상이나 사랑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의 무의식, 두려움, 욕망 등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속 여인은 단순한 '여성'의 의미를 넘어,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복잡한 심리적,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기에 오는 날에도 좋은 연구주제가 되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예술 세계에서 '무의식'은 핵심적인 역할이었다.

그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욕망, 꿈, 두려움을 탐구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달리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현실에서 억압된 욕망이나 숨겨진 심리적 갈등을 드러내며,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주제는 초현실주의의 핵심 개념이다.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무의식 이론에 큰 영향을 받아서 꿈과 무의식이 인간 행동의 중요한 원천이라고 믿었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달리는 꿈에서 본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인간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는 무의식을 탐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배제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였다.

달리는 자신의 작품 제작 기법을 "편집광적 비판(Paranoiac-Critical Method)"이라고 불렀다.

이는 자신의 무의식을 분석하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예술에 반영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이 방법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무의식을 파헤치고, 시각적인 형태로 표현하려 했다.

이러한 편집광적 비판 기법은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기괴하고 왜곡된 이미지들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었다.

그의 작품 중 유명한 '녹아내리는 시계'는 시간의 무의미함과 현실의 왜곡을 상징하는 무의식 속에서 시간의 개념이 유동적임을 보여주었다.

살바도르 달리의 예술은 단순한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무의식의 깊은 탐구를 통해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는 무의식을 예술로 표현하는 데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했으며, 그의 작품은 여전히 현대 예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와 갈라의 사랑은 사랑을 넘어서, 서로의 예술적 탐구와 성장을 지지하며, 자유로움을 존중하는 독특한 관계였다고 한다.

이러한 관계에서 우리는 사랑이 단순히 감정문제가 아닌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서로의 고유한 개성도 존중하며, 때로는 복잡한 감정까지 수용하는 과정임을 배울 수 있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사랑의 교훈으로 남아 있다.


"나는 내 어머니보다 내 아버지보다, 피카소보다 심지어 돈보다도 갈라를 사랑한다."


- 살바도르 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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