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만보 걷기'를 시작해서 한강 공원에서 쉬다가, 놀다가, 커피를 마시다가를 반복하였다.
그렇게 두어 시간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만보 걷기'를 달성하기 위해 집 쪽으로 걸어갔다.
만보 걷기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캐롯 마켓 구매자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캐롯 마켓에 지난 연말에 면세점에서 구입하여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않은 ****덕 백팩을 공구하려고 올려놓았었다.
그 백팩을 구매하고 싶다고 구매자로부터 문자가 왔던 것이다.
나는 도서관 앞에서 여성분을 만나서 백팩을 전달하고, 백팩을 구매해 준 것이 고마워서 그녀에게 작은 고리 인형과 3만 8천 원짜리 휴대용 헤어스타일러를 덤으로 선물했다.
한 달 전 면세점에서 구매했던 백팩은 생각보다 물건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고, 젊은이들이 노트북을 넣고 다니면 좋을만한 사이즈였다.
나는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캐롯 마켓에 필요한 누군가가 구매하도록 올려놓았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캐롯 마켓을 잊고 있었다.
마침 필요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거래를 성사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니 많이 걸어서인지 상쾌한 피로감과 배고픔이 밀려왔다.
비빔국수가 먹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라면, 프라이팬에 면을 삶으면 물이 끓어 넘칠 일이 없다고 했다.
면을 삶을 때 대부분 물이 넘쳐서 일이 커졌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500원짜리 동전만큼 국수를 손으로 재어 프라이팬에 넣고 삶아보았다.
정말 넘치지 않고 알맞게 잘 삶아졌다.
유튜브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천재인 것 같다.
먼저 설탕과 고춧가루, 고추장, 다진 마늘을 넣고 매콤 달콤한 양념을 만들었다.
잘 삶아진 면에 골고루 양념장을 비비고, 통깨를 살짝 빻아서 면 위로 접시가 넘치도록 뿌려주었다.
그리고 면 위로 파슬리 가루까지 솔솔 뿌렸다.
근사한 비빔국수 한 접시가 완성되었다.
후루룩 쩝쩝~~~
게눈 감추듯이 비빔국수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런데 살짝 위장에서 아쉬워했다.
삶을 때부터 동전 두 개만큼을 삶고 싶었는데, 음식을 남기게 될 까봐 동전 한 개만큼만 삶았던 것이다.
나는 어느새 프라이팬에 물을 붓고 다시 면을 삶고 있었다.
한입 가득 비빔국수를 먹으며, 몸속으로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한 끼지만, 운동 후라 그런지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몸을 움직이고 난 후의 허기, 그리고 그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주는 만족감은 단순한 배부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배불리 먹고 나서 잠시 조금 전의 모습들을 회상해 보았다.
걷는 동안 마주쳤던 공원의 풍경은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어느새 봄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처럼, 봄기운이 느껴졌다.
바람은 여전히 차갑긴 해도, 햇살 속에는 부드러운 온기가 있었다.
길가의 나뭇가지 끝에도 작은 싹이 움트려고 용트림을 아끼고 있었다.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며 먹는 한 그릇의 비빔국수!
이것이야말로 일상의 작은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캐롯 마켓에서 만난 여성이 통장에 꽂아준 20만 원이 더 기분 좋은 것 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이렇게 또 하루를 채웠다.
운동도, 음식도, 그리고 삶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