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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선물

by 남궁인숙

오늘 아침 마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Dear Namkoong,

We left home for Korea. It's finally today.

I look forward to meeting you!


집을 나서기 전에 아기와 함께 캐리어를 끌고 있는 사진을 동봉하여 지금 집에서 공항으로 출발한다고 보내왔다.

후쿠오카에 눈이 많이 왔고, 몹시 춥다고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I arrived at Incheon Airport. I'm waiting to receive my package.

It seems that the flight has been delayed a little.

I'll contact you when I get on the limousine bus!

- maya -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또다시 이메일이 왔다.

비행기가 연착해서 약 40분 정도 늦게 도착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워커힐 호텔 티켓을 끊고 버스에 탑승했다고 다시 이메일이 왔다.

카톡이 안되니 우리는 이메일로 주고받았다.


I will take the bus at 18:55!


공항에서 워커힐 호텔까지 오는데 약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러시아워라서 2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사실 나는 마야의 나이도 모른다.

2년 전 비행기 안에서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군대 간 애인을 마중 나온 듯 기다리며 설레었다.

그녀의 아기도 몹시 기다려졌다.

호텔에 한 시간 먼저 도착하여 마야를 기다렸다.

드디어 약 2시간이 지나 마야는 아기를 안은 채 나타났다.

추운 날씨에 혼자서 아기를 안고 온 마야를 반갑게 맞이했다.

배고플 것 같아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그녀는 괜찮다고 했다.

나는 마야를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갔다.

구경을 하고 나서 마야는 어린이집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가져왔다고 하였다.

헝겊으로 만든 책이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할 것 같아 가져왔다고 했다.

오밀조밀한 마야의 성격이 보였다.


'아식스 오니츠카 로즈골드'

일본에서 한정판으로 파는 신발이다.

일본 갈 일 있을 때 사려고 했는데, 이번에 마야가 한국에 갈 때 일본에서 가져갈 것 있으면 가져가겠다고 해서 부탁하였다.

내가 갖고 싶었던 신발이었다.

내가 부탁했으니 신발대금을 주겠다고 했는데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마야가 준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나도 그녀의 딸, 시키를 위해 준비해 둔 선물을 건넸다.

'시키'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사계절'을 뜻한다고 하였는데, 참 예쁜 이름이었다.

시키는 정말 순하고 귀여운 아이로, 새근새근 잠도 잘 자고, 모유도 맛있게 잘 먹었다.

어제 백화점에 들러 여름에 잘 입을 만한 돌쟁이 외출복을 골라 포장해 두었는데, 일본 사람들이 한국산 면 제품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면 제품으로 선택했다.

마야와의 만남은 짧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씨는 나에게 큰 감동이었다.

알고 보니 마야는 서른일곱의 나이에 아이가 네 명이고, 직업은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로,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일본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선생님들께 너무 고맙다고 하였다.

어린이집이 없었다면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세 명의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다고 하였다.

한국에서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교육비가 모두 무료라고 했더니, 그녀는 놀라워하며 만약 자신이 한국 엄마라면 너무 고마워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마야에게 아기(시키)가 아직 어린데 포럼에 참석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포럼은 핑계일 뿐이고, 코엑스몰에서 쇼핑도 하고 포럼도 듣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왔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알지, 알지~' 하며 그 느낌을 공감했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라면 마야의 상황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마야는 육아와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이번 여행을 계획한 것이었다.

그녀의 용기와 결단에 감탄하며, 나는 그녀가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 후로도 우리는 육아의 어려움과 기쁨, 그리고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는 대화였다.

어린이집 구석구석을 구경한 후, 나는 그녀를 앰배서더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다.

우리는 2년 전 비행기에서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마야와의 이번 만남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인연이 계속되길 바라며, 마야와 시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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