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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제

by 남궁인숙

저녁에 문화인 모임이 있었다.

국립극장 내에 있는 식당에서 와인과 함께하는 저녁을 먹고, 한 편의 뮤지컬을 관람하였다.

그리고 한남동에서 뒤풀이를 가졌다.

맥주를 마시다가 누군가 데낄라를 시켰다.

생각해 보니 대부분 술을 여러 종류로 마셨다.

다음날 아침, 어지럽고 매스껍고 구토가 났다.

술병이 난 것 같다.

'집에 어떻게 왔을까?' 기억이 흐릿했다.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과 함께 눈을 떴다.

잘 정돈된 옷들과 가방, 크린싱 크림으로 화장도 깨끗이 지우고, 폼 클렌징으로 세수도 한 것 같다.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어 보려 했으나 기억이 흐릿했다.

나는 대리기사를 불러 친구를 집까지 데려다주었고, 다시 우리 집으로 출발해서 왔다.

대리기사는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갔다.

운동가방과 숄더백을 들고 집으로 올라왔다.

그 후 집 안으로 들어와 기억이 없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대리비 38.000원이 찍혀있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자기 집까지 데려다주고 갔다고 했다.

그녀 역시 숙취로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주방으로 가서 생수를 한병 비웠다.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려 애썼다.

국립극장에서의 저녁 식사, 뮤지컬 관람, 한남동에서의 뒤풀이, 집 까지는 기억이 났지만, 그 이후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져 화장실로 달려갔다.

거울 속 나의 얼굴을 보니 기대 이상이다.

약국으로 달려갔다.

"숙취해소제 좀 주세요."



약사님은 친절하게 몇 가지 숙취 해소제를 추천해 주셨다.

우루사가 예전에는 캡슐제였는데 요즘에는 액상으로 된 숙취해소제로 시판되고 있었다.

약사님은 음주 후 구토, 두통, 목마름 등의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숙취해소제라고 설명하면서, 이거 먹고 오늘은 하루종일 이온음료를 자주 마시라고 했다.

그리고 숙취 해소제의 도움을 받더라도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고 조언하였다.


조리사님께 오늘 점심은 김칫국이나 된장국이기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메뉴를 물었다.

오늘 메뉴는 '콩가루 배춧국'이었다.

해장하기 좋은 국이었다.

그런데 배춧국마저도 입에서 받지 않았다.

술은 적당히 마시고, 절대로 섞어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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