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의 시작일에 눈이 내렸다.
봄기운이 조금씩 퍼질 거라 예상했던 날, 새하얀 눈송이가 하늘에서 조용히 내려앉는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들어서는 부모님들도 예상치 못한 날씨에 놀란 것 같다.
등원한 아이들 중 약 3분의 1이 신입생이었다.
처음 어린이집에 입학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다른 기관에서 옮겨온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었지만,
어떤 아이들은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 앞에서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얼굴들이다.
어떤 아이는 커다란 눈망울로 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고,
어떤 아이는 추위에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엄마 손을 꼭 잡고 있다.
익숙한 집이 아닌 낯선 교실, 처음 보는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에 현관은 이내 눈물바다가 되었다.
“엄마 가지 마!”
“나 집에 갈래!!”
교실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고 씩씩하게 들어가는 아이들,
각자의 방식으로 새 학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며 아이들을 하나둘 교실로 안내했다.
“우리 창가에서 눈 오는 거 볼까?”
“우와, 눈사람 그림도 그릴 수 있겠네!”
“조금만 지나면 엄마가 데리러 올 거야. 그때까지 친구랑 같이 놀자!”
선생님 품에 안겨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 등 다양한 모습들이 펼쳐졌다.
“괜찮아, 여기 선생님도 있고 친구들도 있어.”
부드럽게 아이를 달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에 조금씩 마음을 여는 아이들도 보였다.
선생님들은 하나둘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몇몇 아이들은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울음을 멈추기도 했지만, 여전히 엄마를 찾으며 훌쩍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교실 한쪽에서는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아이는 새로운 친구와 인형을 나누어 갖고 놀기 시작했고, 어떤 아이는 조심스럽게 블록을 쌓으며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우리 노래 부르면서 율동을 해 볼까?”
선생님이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자 아이들은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눈물 맺힌 눈으로 바라보던 아이들도, 점점 박자를 맞추며 따라 하려고 했다.
몇몇 아이들은 손을 흔들고, 몸을 살랑거리며 리듬을 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의 눈물바다는 점점 잦아들었다.
아직도 가끔씩 엄마를 찾으며 훌쩍이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서로 장난감을 나누고, 선생님의 품에 안겨 마음을 다독이며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었다.
곧이어 형님반 교실에서는 교사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음악의 힘은 위대한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이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한다.
그렇게 눈물과 분주함 속에서 새 학기의 하루를 시작하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하나둘 앉혀 점심 먹을 준비를 했다.
“맛있는 쇠고기 볶음과 시금치 된장국이야! 맛있게 먹고 나면 재미있는 동화 시간도 있단다.”
배가 고팠던 아이들은 조금씩 밥을 떠먹으며, 친구들과 눈을 마주치기도 했다.
아침에는 그렇게 울던 아이들이 어느새 작은 웃음을 보이며 식사를 마쳤다.
오후가 되자, 아이들은 낮잠을 자기 위해 이불을 깔고 누웠다.
낯선 공간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선생님이 등을 토닥여 주자 조금씩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눈물과 소란으로 시작했던 새 학기의 하루는 조금씩 평온함 속에서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내일,
오늘의 눈물은 아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웃음이 가득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이 아이들도 곧 적응해 친구들과 뛰어놀며 밝은 웃음을 지을 것이다.
창밖에는 여전히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조금씩 마음을 다잡고 적응해 가는 아이들처럼, 이 눈도 곧 녹아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겠지.
오늘 하루,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며, 어린이집에서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