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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의 시각 언어

by 남궁인숙

폴 세잔의 그림을 감상하다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라는 사진작가를 알게 되었다.

데이비드 호크니(1937년 7월 9일 출생)는 영국의 화가, 소묘가, 판화가, 무대 디자이너, 사진가로, 20세기 영국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호크니는 브래드퍼드 미술대학과 런던의 왕립예술대학에서 수학하였으며, 1960년대 팝 아트 운동에 기여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1964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여 '수영장 시리즈' 등 밝고 선명한 색감의 작품을 제작하였다.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 (1967) 작품은 캘리포니아의 수영장을 묘사한 대표작으로, 팝 아트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1972)은 2018년 경매에서 약 9,030만 달러에 낙찰되어 현존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였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활용하여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며,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무대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특히, iPad를 활용한 디지털 드로잉으로도 주목받았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진은 인간의 눈이 보는 방식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다'라고 보았다.

그는 사진은 단일 시점에서 찍히는 반면, 인간의 시각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여러 시점을 조합하여 대상을 인식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폴 세잔(Paul Cézanne)의 다시점 정물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폴 세잔은 전통적인 원근법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시점에서 본 이미지를 하나의 화면에 결합하는 기법을 사용하였다.

호크니는 이러한 폴 세잔의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사진 콜라주 기법을 개발하였다.

그는 하나의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후 이를 조합하여 마치 사람이 실제로 보는 것처럼 다차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KakaoTalk_20250324_100112026.png Portrait of an Artist
KakaoTalk_20250324_100021125.png Pearblossom Highway


이러한 작업의 대표적인 예가 '조인트 포토그래프(Joint Photographic)' 시리즈였다.

호크니는 1986년에 제작한 '페어블러섬 하이웨이(Pearblossom Highway)' 같은 작품에서 단일 프레임의 사진이 아닌, 여러 개의 사진을 이어 붙여 시각적 경험을 확장하려 했다.

이는 사진 콜라주 작품으로, 로스앤젤레스 북쪽의 페어블러섬 하이웨이의 풍경을 묘사하였다.

사진을 촬영한 11일간의 시간적 변화를 하나의 이미지에 담아내어,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원근법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시점과 거리를 가진 사진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공간감을 창출하여 원근법을 재해석하였다.

호크니는 이 작품을 통해 사진이 단일 시점과 순간을 포착하는 한계를 지적하며, 인간의 시각 경험이 다중적이고 연속적임을 강조하였고, 이를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현재 이 작품은 로스앤젤레스의 게티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호크니의 혁신적인 예술적 접근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인간의 시각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보았으며, 단순한 사진이 아닌 회화적 시각을 가진 사진을 창조하는 데 집중했다.


폴 세잔을 통해 알게 된 사진작가이자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세계는 나에게 깊은 충격과 감탄을 안겨주었다.

세잔이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방식을 제안했다면, 호크니는 그것을 20세기말의 '시각언어'로 확장시켰다.

특히 'Pearblossom Highway'와 같은 사진 콜라주 작품은 단일 시점의 한계를 넘어, 시간과 시선이 중첩되는 다중의 경험을 한 화면에 담아내며, '보는 것'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는 단순히 ‘풍경을 찍는 것’을 넘어서, 관찰자와 풍경 사이의 관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였다.

750여 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Pearblossom Highway'는 자동차 사회의 도로 풍경이면서도, 매 순간 다르게 인식되는 현실을 시각화한 실험이었다.

이런 실험정신은 회화적 감각과 사진적 사고가 융합된, 경계를 넘나드는 호크니만의 예술 언어였다.

나는 그가 '사진은 진실을 담는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트리고, 오히려 인간의 시선, 기억, 움직임을 포착하는 수단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이제 하나의 시점이 아닌, '시간을 안은 시선', '움직이는 시각'을 경험하게 된다.

그의 예술은 단순한 시각적 자극을 넘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기억하고, 표현하는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폴 세잔이 나에게 '보는 방식'을 깨우쳐주었다면,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 '시선의 흐름'을 시간 속에 담아내는 법을 가르쳐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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