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인권교육을 받을 때마다 보여주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중세 비잔틴 제국 시기의 역사적 자료로 보이며, 왕이나 귀족 계급의 인물이 사인(私印) 혹은 대중 앞에서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리터(Litter)' 또는 '팔랑퀸(Palanquin)'이라 불리는 가마 형태의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중앙에 앉아 있는 인물은 왕족 또는 고위 귀족으로 보이며, 권위 있는 자세로 가마 안에 앉아 있다.
가마는 고급 천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십자 형태의 구조물로 지지되어 있다.
가마를 들고 있는 인물들은 하인이나 병사 계급으로, 각각 복식에서 신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왼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이 장면을 지켜보는 신하나 백성들 같아 보인다.
가마 위쪽에는 둥근 지붕 구조가 있는데, 이는 실내 이동이 아닌 공공장소에서의 의식 또는 행렬의 일환임을 알 수 있다.
AI에게 물어보니 이 그림은 『마드리드 스킬라치스 연대기(Madrid Skylitzes Chronicle)』의 한 장면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 연대기는 비잔틴 제국의 역사를 묘사한 12세기 삽화의 사본이며, 스페인 마드리드의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총 574개의 미니어처 그림이 삽입되어 있으며, 중세 비잔틴의 궁정, 군사, 일상 장면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그림은 특히 황후나 귀족 여성이 가마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며, 비잔틴 귀족의 이동 수단과 그 위계적 사회 질서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고 한다.
인권교육 강사는 '왜 인권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강사는 이 그림을 보여주었을까?'
강의 시작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강사는 이 그림을 보면서 질문을 하였다.
"이 그림에서 인권침해를 가장 잘 느끼는 사람은 누굴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 사람이 가마 위에 앉아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을 하고 있고, 이 구조는 중세 사회의 신분제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그림이다.
귀족과 하인의 관계는 법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철저히 구분되어 있으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현대 인권의 핵심 가치를 부정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에는 '모든 사람은 인종, 성별, 사회적 신분, 직업에 상관없이 평등한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라고 한다.
가마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고된 육체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통이나 권리는 무시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은 인간의 노동이 단순히 권력자나 상류층의 편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자가 위험하거나 부당한 노동을 강요받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하며, 노동의 존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림 속 하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들고만 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오늘날 인권은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노조 결성권' 등을 통해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한다.
이 그림은 당시 권력 구조의 불평등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오늘날 인권의 눈으로 본다면,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넘어 ‘한 사람의 안락함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은 채 희생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강사의 대답은 의외였다,
'마드리드 스킬라차스 연대기'의 한 장면에서 인권침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보통 우리는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나, 채찍을 휘두르는 가해자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강사는 '진정한 인권침해를 감지할 수 있는 자는, 그 장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라고 설명했다.
즉, 의자에 앉아있는 자는 물리적인 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가장 넓게 보고, 가장 많이 알고,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자리에 있다고 했다.
그런 만큼 그가 침묵하거나 외면할 때, 그것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구조적 동조가 되는 것이다.
강사는 덧붙이기를 가해자나 피해자는 각각의 역할에 몰입해 있지만, 의자에 앉은 자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할 수도 있고, 중단시킬 수도 있고, 외면할 수도 있다는 것.
바로 그 선택이, 인권을 지키는지 혹은 외면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
즉, 정치인, 기업인, 교육자, 혹은 침묵하는 시민들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죄가 될 수 있을까?'라는 그 질문은 곧 내 안으로 되돌아왔다.
‘나는 지금 어떤 장면의 의자에 앉아 있는가?
그리고 나는 그 장면 앞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AI시대에 가장 위험한 이들은 누구인가?
자정능력을 상실한 개인이나 조직이나 국가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한다.
리더가 중요하지만 그 리더를 뽑고 지지하는 이들의 몫일지도 모른다던
인스타그램, [피터 펠 TV]의
'피터 펠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