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방언인 '폭싹 속았수다'라는 넷플릭스 드라마에 푹 빠진 한 달이었다.
방영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며 시청하다가 오늘 4부를 끝으로 모두 보았다.
'폭싹'은 '온전히', '매우', '홀랑'이라는 뜻이며,
‘~수다’는 제주 방언에서 과거 시제를 나타내는 말투다.
약간은 능청스럽고도 정겨운 표현이기도 하고,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놀람과 허탈함, 혹은 반전의 의미가 있다.
'속았수다'는 제주어에서 관용 표현으로 '수고하셨어요.'라고 쓰인다.
어르신들이나 제주 사람들 사이에서 고생한 사람에게 따뜻하게 건네는 말이다.
'오늘도 폭싹 속았수다.'
->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삶의 풍파 속에서 애쓰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에 격려와 위로의 의미도 함께 담았을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낯선 제주도 방언을 썼던 제목부터가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 광고판'에서 강렬하게 다가왔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가족 드라마답게, 따뜻하면서도 반전이 있는 이야기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아주 인상이 깊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 관식(박보검)과 애순(아이유)의 사랑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바탕이었다.
'폭싹 속았수다'드라마를 보며, 관식과 애순의 사랑에 깊은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이 두 캐릭터에 무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그들의 사랑은 거창하지 않았고, 화려한 말도,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었지만, 시간을 견디고, 상처를 품고, 서로의 곁을 지키며 피워낸 사랑이 관건이었다.
박보검으로 나오는 젊은 관식은 늘 무뚝뚝했지만, 말보단 행동으로, 속마음 깊은 책임감으로 남성의 사랑을 표현했다.
그런 관식을 애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섬놈과 결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관식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닐 만큼 의지하고 믿고 지냈다.
때로는 마음 아프게, 때로는 미소 지으며 그를 사랑했다.
청춘이 지나고, 자식을 키운 중장년의 세월이 흘렀을 때, 스크린 너머로도 전해지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삶을 함께 견뎌낸 사람들만이 나눌 수 있는
깊은 유대감으로 똘똘 뭉친 연대였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에도
그런 ‘관식’과 ‘애순’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속에 묻혀 있던 마음,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들.
그 모든 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의 여정이 되었을 것이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의 핵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이었다.
주인공 애순과 관식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 주는 순간도 많았지만,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사랑하는 부부 사이였다.
이들의 관계는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 어린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 드라마는 한 사람의 인생을 사계절(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 보여주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심과 기억,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중년이 된 애순과 관식의 대물림 사랑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제주도의 자연, 방언, 공동체 문화 등은 인물들의 감정선과 맞물려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서 기능했다.
등장인물들은 제주의 바다, 돌담, 양배추 밭, 비 오는 날의 감귤밭 등을 배경으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과거의 상처를 마주한다.
'폭싹 속았수다'제목처럼, 인생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사람에게 속이고, 삶에 속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와 희망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인간적인 감동을 주었다.
'관식과 애순의 사랑이 찐 사랑일까?'
아니면, '사랑은 대부분 그들처럼 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시청하는 내내 드라마는 내게 질문을 던진다.
관식과 애순을 만나는 기다림도, 여운도 모두 끝났다.
4부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니,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