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봄은 분기탱천하여 있다.
기지개를 켠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희망이 솟구치고, 길모퉁이 돌담 아래엔 민들레가 터지듯 피어났다.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이 한꺼번에 들이마시는 숨결처럼, 세상은 지금 마구 피어오르고 있다.
봄의 달디 단 공기 속엔 설렘이 배어 있다.
꽃가루보다 더 가벼운 사랑이 떠다니고, 햇살은 이제 따뜻함을 넘어서 온기를 나누는 손님처럼 다가온다.
사람들의 표정에도 봄이 오른다.
어깨가 풀리고, 걸음이 가벼워지고, 마치 살아 있음 자체가 축제인 듯,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아채고 반응한다.
'분기탱천(奮起撐天)'이라는 말,
하늘을 향해 힘껏 뻗어가는 기운이란 뜻이다.
봄이란 그런 계절이다.
속으로만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참지 않고, 세상을 향해서, 빛을 향해서 솟구치는 시간들이다.
지금 나무도, 바람도, 그리고 나도 그 분기탱천의 한가운데 있다.
마음속 오래된 두려움 하나쯤은 뽑아내어 봄처럼,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보고 싶게 만든다.
오늘 오후 비가 내리면, 분기탱천했던 봄도 잠시 숨을 고를 것이다.
거리마다 분홍빛 꽃비를 흩뿌리며, 너무 들떴던 마음들을 진정시키듯, 촉촉한 숨결로 잎사귀들을 어루만질 것이다.
봄은 그렇게, 분노처럼 솟구쳤다가도 빗물 한 줄기에 눈물처럼 가라앉는다.
비는 봄에게 균형을 선물하고, 우리에겐 생각의 틈을 만들어준다.
벚꽃 잎이 흩날리던 분기탱천했던 봄날의 기억을 비와 함께 보내고, 파란 여름을 맞이하자.
분기탱천한 봄
봄, 봄, 봄,
마음속에 숨겨 둔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계절이다.
마른 가지 끝에서 연둣빛 생각들이 움트고, 햇살은 눈부시게 다정해진다.
겨우내 말없이 참아온 것들이 마침내 터지고, 피어나고, 솟구친다.
이토록 봄은 분기탱천(奮起撐天)한다.
바람은 가볍고, 꽃들은 속도 없이 터진다.
햇살은 지붕 위를 들썩이고, 내 마음도 따라 일어난다.
어제보다 조금 더 밝게,
조금 더 앞으로.
봄은 나를 일으킨다.
고개를 들라고,
가슴을 펴라고,
이제 그만 움츠리라고.
분기탱천한 계절의 정점에서
나는 지금 새로 피어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