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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진 벚꽃 꽃잎에 눈을 다쳤다

by 남궁인숙

벚나무 바라보다

뜨거워라

흐드러진 꽃잎에 눈을 다친다.

저 여린 향기로도 독한 겨울을 견뎠는데

까짓 그리움 하나 삼키지 못할까

봄비 내려 싸늘하게 식은 체온 비벼대던 꽃잎

하르르 떨구어져도 무한대로 흐르는 꽃소식

오슬오슬 열 감기가 가지마다 열꽃을 피워댄다.




목필균 님의 '4월'이라는 시를 오늘 아침 톡으로 받았다.

시(詩)는 마음의 숨결이다.

짧은 말속에 오래 머무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을 조용히 건네는 숨 같은 언어, 그게 시인 것 같다.

나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꽃잎에 눈을 다쳤다.

가로수길을 헤집고 지나가는데 바람을 타고 날리는 벚꽃 잎이 찬란했다.

거리와 산책로를 온통 덮으며 피어나는 그 풍경은 누군가에게는 설렘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슬픔일 것이다.

눈이 다칠 정도로 흐드러진 벚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아름다움이 때로 얼마나 날카로운지를, 그리고 아름다움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방비한 존재인지를 말해준다.


벚꽃은 필 때보다 질 때가 더 아름답다고들 한다.

가지 끝에 남은 꽃보다, 바람에 날려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꽃잎들이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다.

그 모습은 짧고, 덧없고, 그래서 더 아프다.

윤동주 시인은 그의 시 「흰 그림자」에서 '슬픈 사람은 아름다운 꽃을 보면 그 향기에 취하기보다 향기 너머의 상실을 먼저 본다'라고 했다.

이 말처럼, 우리는 흐드러진 꽃잎에서 사라짐을 느끼고, 눈부심 속에서 어쩌면 오래된 상처들을 떠올린다.

눈을 다친다는 것은 물리적 상처가 아니라 감정의 상처, 마음의 흔들림이다.

찬란한 것 앞에서 인간은 때로 기쁨보다 아픔을 먼저 느낀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늘 사라짐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벚꽃은 곧 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우리는 그것을 더 깊이 바라보고, 그 안에서 어떤 결핍을 마주한다.

모든 것은 순간이고, 덧없고, 사라지기에 그 찰나의 아름다움에 슬픔이 스민다.


벚꽃 꽃잎에 눈을 다칠 정도로 그 감정에 압도당했다.

봄의 풍경조차도 어떤 사람에게는 눈물일 수 있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우리를 무장해제시키는 힘을 가졌다.

그래서 그 앞에서 우리는 가장 진실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흐드러진 벚꽃 잎은 봄의 절정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끝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 장면에서 눈부심과 이별을 동시에 본다.

그리고 그 이중적인 감각이야말로, 진정한 감동의 순간인지도 모른다.




햇살이 부서지듯 쏟아지는 어느 봄날,
나는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다 문득 눈을 감는다.

흐드러진 벚꽃 꽃잎에 눈을 다쳤다.
어쩌면 너무 아름다워서 아픈 그 순간의 고백처럼 아프다.

눈물은 흐르지 않지만, 마음은 저릿하고, 그 저릿함이 오래도록 남아 사람을 가만히 흔든다.

벚꽃은 내게 말한다.
“너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이렇게 흩날릴 수 있기를.”
그래서 나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다 담지 못한 눈을 조용히 감아버린다.

그 눈부심에 다쳐, 나는 비로소 봄을 기억하게 된다.

봄은 이렇게
사랑처럼, 이별처럼,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아프게 한다.

당신도 오늘,
꽃잎 한 장에 마음을 다친 날이었기를.

그 아픔이 오래 남는 따뜻함이 되길 바라며.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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