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of Vulnerability,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의 'The Power of Vulnerability'라는 책을 읽다가 불현듯 과거 어느 날, 어느 한순간이 떠올랐다.
브레네 브라운은 많은 사람들이 ‘취약함’을 부정적으로 보지만, 사실 그것은 용기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사랑, 창의성, 공감, 소속감 등, 취약함을 모두 감수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not enough)’는 두려움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감정이지만 자신을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믿는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산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판이나 실패를 피하기 위해 완벽을 추구하지만, 이는 오히려 창의성과의 연결을 막는다고 하며, 진정한 용기는 ‘불완전한 나’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므로 방어기제로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브레네 브라운은 '내가 겪는 이 감정을 너도 겪어봤겠지'라는 공감의 순간이 인간관계를 깊게 만들고, 진정한 연결은 진정성과 감정의 개방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다.
'Vulnerability is the birthplace of innovation, creativity and change.'
취약성은 혁신, 창의성, 변화가 태어나는 자리다.
'We are hardwired for connection.'
우리는 연결을 위해 태어났다.
브레네 브라운의 글들이 나에게 착착 안기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나의 상처받은 그림자가 책을 읽는 내내 울고 있었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용기를 내는 일이다.
마음 깊숙이 묻어두었던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순간, 내면의 그림자를 문 밖에 드리우는 일이다.
문 하나를 열어 상대에게 들어오게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만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또 그만큼 상처받을 가능성도 함께 열린다.
나는 그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꺼냈다.
입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나를 괴롭히던 뱅뱅 겉도는 실속 없는 말들로부터 누그러질 것 같았다.
말을 하면, 조금은 편해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나를 부추겼다.
이내 돌아오는 건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이상할 만큼의 공허함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찝찝함. 그리고 천천히 스며드는 후회였다.
어둠 속에 사라져 가는 그의 모습을 등 뒤로 가득 느끼면서 후회는 뼈를 저리게 했다.
'혹시 내 말을 다르게 이해하지는 않았을까?'
혹은 '누군가에게 다시 전해지지는 않을까?'
아니면 '그 사람 마음속에 내가 '이런 사람'으로 각인되진 않았을까?'
비밀을 공유하고 나면, 내 마음은 되려 더 무거워진다는 것을 알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비밀은, 그것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있는 말이기에 '비밀'인 것이다.
공유되는 순간, 그 무게는 분산되기보단 의심과 불안을 통해 더 증폭될 수 있다.
마음을 여는 용기만큼, 말을 아끼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어쩌면 언젠가 또 같은 후회를 반복할지 모른다.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면서 비밀의 무게를 배우고, 신뢰의 무게도 배우는 것이니까.
때로는, 침묵이 더 따뜻한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또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