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이 되면 화려한 호피무늬바탕에 전체적으로 푸른빛이 도는 꽃, 푸름이 짙어 보라에 가까운 아이리스(붓꽃)의 개화 시기다. 줄기가 반듯하여 우아함을 가졌으나 꽃은 하루나 이틀 만에 시들어버려 오래 놓고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는 꽃이다.
붓꽃의 꽃말은 사랑의 메시지, 기쁜 소식, 절제된 아름다움, 신비한 사랑 등으로 알려져 있다. 잎 모양이 칼날처럼 생겼다 하여 용감한 기사를 상징하고, 이런 의미로 프랑스에서는 국화로 사용한다.
꽃봉오리가 옛 선조들이 사용하던 먹을 입힌 붓처럼 생겨서 우리나라에서는 ‘붓꽃’이라 불렀다.
노란색, 보라색, 파란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과 무늬를 지닌 붓꽃의 학명은 ‘아이리스’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무지개 여신 '이리스'가 제우스와 헤라의 사자로서 뜻을 전하려고 무지개를 타고 땅으로 내려오면서 이 꽃의 모습으로 왔다고 하여 '이리스'의 이름이 변형되어 '아이리스'로 불린다.
붓꽃이 무지개의 여신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60년, 70년대에 우리나라 국정 교과서의 주인공이었던 영희나 철수를 아이들의 이름으로 지어주었던 것처럼 서양에서도 흔하게 여성의 이름으로 '아이리스'를 사용한다.
붓꽃의 학명인 아이리스(IRIS)를 나는 예명으로 사용한다. 내 이름의 이니셜을 모아서 불러보다가 아이리스로 발음이 되어, 어느 순간부터 '아이리스'를 예명으로 쓰기 시작하였다.
박금선 방송작가의 강의를 듣다가 붓꽃을 그린 화가이자 디지털 판화가 ‘김점선’이라는 화가를 알게 되었다. 붓꽃을 주로 그렸다는 점에서 나에게 관심 화가가 되어 그녀의 그림들을 찾아보았다.
김점선 화가의 그림들을 찾아보니 붓꽃을 단순화시켜서 그린 그림들이 많았다. 화가로서 세련된 기법을 추구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강렬한 색채를 썼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형태를 지닌 예쁜 만화 속 그림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 같은 순수함이 묻어있는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그림의 소재로 동물이나 나무, 꽃 등의 자연물들을 주로 그린 것을 보니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의도가 분명하고 정확하게 보인다.
특히 말(horse)을 주로 그렸는데 자신은 전생에 말(horse)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horse)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귀여운 만화 속 주인공처럼 그려진 그림 속의 말(horse)들이 웃고 있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초기에는 화랑에서 그녀의 그림은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을 본 화랑 주인은 낙서를 한 어린이 그림 같다고 하여 화랑에 그림을 걸어두기를 꺼렸다.
붓꽃 (그림출처 - 구글 이미지) 김점선 작가
사람은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같이 완벽한 그림만을 보고 자신도 그렇게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렇게나 막 그림을 그렸다. 내 그림을 보고 누구나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 김점선 화가 -
암에 걸리자 투병 중에 붓을 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컴퓨터로 디지털 판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디지털 판화 작품들을 아주 싼 값으로 대중들에게 보급하였는데 그 의미는 그녀의 비싼 그림들을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의 그림을 좋아하는 일반 대중들이 디지털 판화만큼은 누구나 인터넷 상거래에서 낮은 가격으로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했던 마음 밥그릇이 컸던 화가로서의 남다른 철학을 지녔다.
아이리스(붓꽃) 한 점을 그리기 위해 꿀벌이 꿀을 모으는 것처럼, 부지불식간에도 먼지가 쌓이는 성실함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였을 것이다.
아이리스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꽃이기에 찾아보게 된 김점선 화가의 작품을 보면서 짧은 생을 살다가 간 그녀의 삶을 애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