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겸사겸사 구경도 할 겸, 친구 집에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식사 자리에는 친구 남편의 후배도 동석했다.
그는 아직 미혼이었다.
저녁을 먹다 말고 친구 남편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 남자는 독일에서 공부하고 온 건축사였다.
10년 넘게 독일에서 살다가 코로나 이후 부모님이 위독하시다고 하여 귀국했다가 한국에 들어와 정착했다고 한다.
나이는 사십 대 후반이었지만, 분위기는 삼십 대 후반처럼 밝고, 어려 보였다.
동글동글 푸근한 인상에 만화영화에 나오는 '곰돌이 푸'가 떠올랐다.
그를 보는 순간, 여행을 좋아하는 지인이 생각났다.
유럽 전역을 두루 아는 그와, 여행과 사람을 좋아하는 그녀라면 분명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았다.
누군가를 소개한다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다.
두 사람의 삶에 조심스레 노크하는 일이자, 어쩌면 한 사람의 고요한 일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직감 같은 것이 왔다.
‘이 두 사람은 편안할 것 같다. 서로의 마음이 통할 것 같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소개팅 의향을 문자로 물었다.
그녀는 흔쾌히 좋다고 했고, 일은 놀랍도록 빠르게 진행되었다.
근처 레스토랑에 약속을 잡아주고, 이후에 만날 수 있도록 날짜를 정했다.
그 이후는 그들의 몫으로 넘기고, 뒷이야기는 굳이 들을 필요도 없다.
사람 사이의 일은 과정보다 그다음의 여운이 중요하니까.
사람을 연결한다는 것,
사람을 소개한다는 건,
누군가의 삶에 조용히 스며드는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일이다.
마치 말없이 안부를 건네는 봄바람처럼.
살다 보면, 우리의 작은 선택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큰 시작'이 되기도 한다.
소개팅은 단순한 연결을 넘어서 '두 삶의 접점'을 만들어주는 행위다.
그래서 진심과 신중함이 필요하다.
지인을 통한 소개는 기본적인 신뢰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상대방의 성향을 알고 소개하는 경우, 잘 맞을 확률도 훨씬 높다.
단, ‘운명의 사람’처럼 거창하게 포장하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럽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더 좋다.
소개 이후, 잘되지 않더라도 누구도 탓하지 않고, 그 관계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소개자의 예의이기도 하다.
사생활을 과하게 파고들거나 결과를 궁금해하며 재촉하는 일 없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배려다.
소개란, 삶에 '작은 빛' 하나를 더해주는 일, 소개는 ‘혼자인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에 어울리는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이다.
좋은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따뜻한 배려의 실천이다.
소개팅이 잘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 큰 행운이 될 수 있다.
‘중매 잘하면 옷 한 벌 얻어 입고, 못하면 뺨 석 대 맞는다.’는 속담처럼, 중매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만큼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중매는 안 하는 게 낫다”는 말도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좋은 소개는 누군가의 외로움에 작은 빛이 되어줄 수 있다.
그래서 소개는 ‘가능성’이다.
문을 여는 열쇠는 건네줄 수 있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갈지 말지는 그들만의 선택이다.
그들의 인연이 어떤 형태로 이어지든, 서로의 삶에 좋은 흔적이 남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퇴직 후, 사람을 잇는 매치메이커로 제2의 삶을 꿈꾸고 있다.
이번 소개는 그 꿈에 조용히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소개한다는 건,
그 사람의 인생에 ‘좋은 사람’이라는 선물을 한 번 더 믿어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