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곡선

by 남궁인숙


아침에 화장대 거울을 보면서 "탁" "탁" "탁" 파우더 팩트를 얼굴에 사정없이 두드렸다.

두드릴수록 깊이 파인 주름들이 도드라져 보였다.

다시 세수를 했다.

맨얼굴로 출근할 나이는 아니기에 선크림을 정성스럽게 쇄골라인까지 펴 바르고,

톤업크림을 그 위로 덧발랐다.

피부가 한결 투명하고 깨끗해 보였다.

나는 자신 있게 그대로 출근을 했다.

출근길에 만난 누군가는

"원장님! 어디 편찮으세요?"라고 묻는다.

나는 그저 웃는다.


젊은 날에는 한 줄의 잔주름에도 조바심이 나고, 그 흔적을 감추기 위해 애쓰곤 했다.

나이가 들수록 거울을 보며 얼굴에 하나둘 늘어가는 주름들을 발견한다.

세월이 쌓인 만큼, 주름은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어느 순간 자각하게 된다.

그러나 마음은 오히려 더 단단하고, 동그랗게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아쉬움도 없고, 부러운 것도 없고, 억울한 것도 없다.


어릴 적에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 내려앉기도 했다.

세상에 맞서며 각진 채로 살아가던 마음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 마음마저도 조금씩 달라지더라.

실패를 겪고, 이별을 지나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면서, 어느새 속절없이 마음의 모서리를 둥글게 둥글게 다듬게 되더라.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다름을 인정하게 되며,

지나간 일에 집착하기보다는

고맙게도 오늘의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되더라.


그래서 이제는 거울 앞에서 얼굴의 주름살만을 세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내 마음이 얼마나 넓고, 동글동글해졌는지를 스스로 들여다보게 되더라.

분명한 것은 주름살은 세월의 증거이자, 마음이 동그랗게 변해온 시간의 흔적들이다.

가끔 세상이 나에게 묻는다.

"너의 마음은, 얼마나 동글동글해졌니?"라고.

주름진 얼굴만큼이나 둥글어진 마음으로, 나는 항상 조용하지만,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 가려고 한다.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목에 드리운 잔주름들을 쓰다듬으며, 어느새 흘러간 세월들과 마주한다.

누군가 농담 삼아 내게

"원장님! 나이 드는 것이 억울하겠어요. 주름만 없으면 사십 대 후반으로 보여요.”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린다.

‘제발, 내 주름들에게 무례하게 굴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주름들은 내 삶의 증거랍니다.'라고.

기쁨에 웃고, 슬픔에 울던 순간마다 야무지게 하나씩 새겨진 시간의 무늬였다.


그 누군가에겐 그저 나이의 흔적으로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 이 주름의 선들은 살아온 시간이며,

견뎌온 날들이다.

사랑하고, 실망하고,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면서 일궈 낸 내 삶의 '장엄한 기록'이며, 다시 일어선 '기억의 지문들'이다.

내가 지나온 길은 숫자로 환산될 수 없다.

내 얼굴과 목에 남은 흔적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다음에 내 나이를 묻고 싶을 때는,

내 주름이 아니라

내 눈빛을,

내 목소리를,

그리고 내가 건네는 미소의 온기를 먼저 보아주길 바란다.

주름은 감출 수 있지만,

내가 살아온 삶의 빛은 감출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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