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남자도 아닌데 얼굴에 수염이 나고 있다. 다름 아닌 약 부작용이다.
SNS 추종자인 나는 가끔 유명 인플루언서의 말을 맹신한다.
의학박사 여에스더의 추천으로 탈모제를 잠깐 복용했었다.
머리숱이 없어서가 아니라 모발관리 차원에서 의사처방을 받아 복용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분명 그녀는 이 약의 단점은 수염이 나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녀의 말처럼 내 얼굴에 정말로 수염이 나고 있었다.
솜털이 수북이 돋아나 쌓여있으니 햇빛 아래에서 보면, 마치 얼굴에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것 같다.
이런 경험은 약물 복용 시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특히, 탈모 치료제인 **시딜의 경우, 일부 사용자에게서 얼굴이나 몸에 원치 않는 털이 자라는 부작용이 보고되었다고 분명 들었고,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복용했지만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의사의 경고를 간과한 내 잘못이다.
토요일 오후 강의를 마치고, 인터넷으로 실면도를 받을 수 있는 마사지숍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도저히 코밑에 수북이 쌓여가는 솜털을 차마 그냥 둘 수가 없었다.
마사지숍에서는 마사지를 받지 않고 실면도만은 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마사지를 받으면 실면도는 무료라고 했다.
이곳에서 하는 마사지 방법은 '뱀부 마사지'라고 설명하면서 1회에 15만 원이라고 한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판다'라고 했던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운으로 갈아입고 베드에 누웠다.
생각해 보니 토요일 오전부터 쎄가 빠지게 강의한 강사료는 마사지 비용으로 날아갔다.
퇴근 무렵, 별일 없이 흘러가던 하루, 하릴없던 나이 지긋한 마사지사는 뜻밖의 손님으로 마치 작은 '로또'라도 맞은 듯한 기분이었을 것 같다.
그녀는 그 행운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고객의 머리통을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문질렀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나를 놀리는 줄 알고 깜짝 놀라 반문했다.
이분은 무슨 도사처럼 말씀을 하신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으신 것처럼.
'스트레스가 없다니 다행이네~ 내가 생각 없이 산다는 건가?' 속으로 생각했다.
'하긴 뭐, 요즘 내가 스트레스받을 일이 뭐 있나.'
내가 생각해 봐도 나는 요즘 진짜 스트레스가 없다.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그러나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는 가는 각자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중에서도 ‘글쓰기’는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글로 쓰는 순간 '형태'를 갖는다.
추상적인 불안이나 화, 슬픔들이 ‘단어’가 되고,
그 단어들이 줄을 잇는 동안 감정은 더 이상 나를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룰 수 있는 ‘이야기’로 변한다.
심리학자인 James W. Pennebaker 교수는 '감정과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마도 글쓰기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감정을 종이에 옮기는 과정에서 ‘감정과의 거리 두기’가 자연스럽게 실천된다.
이렇게 객관화된 감정은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된 부분들이 줄어든다.
실제로 내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글을 쓰면서 억눌렸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반복해서 읽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격려하고, 스스로에게 감동을 한다.
'내가 이렇게 글을 잘 쓴다고?'
읽고 또 읽고 또 읽는다.
내가 쓴 글에 내가 취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항상 그랬다.
실제로 Pennebaker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담아 글쓰기를 실천한 참가자들은 스트레스 수준이 감소하고, 불안·우울 증상이 줄었다고 한다.
심지어 신체 건강 지표도 개선되는 효과를 경험했다고 하였다.
글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건네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런 면에서 감정 글쓰기는 단순한 ‘글쓰기’ 이상의 가치가 있다.
내면에 쌓인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하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성장의 과정'이다.
오늘 하루 마음을 무겁게 했던 일이 있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종이에 그 감정을 써 보자.
마음은 생각보다 빠르게 가벼워질 수 있다.
심리상담에서 이러한 활동은 '저널치료(Journal Therapy)'라고 불린다.
저널치료는 개인이 자신의 감정, 생각, 경험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심리적 치유와 자기 성찰을 도모하는 치료 기법이다.
단순한 일기 쓰기와 달리, 치료의 목적을 가지고 구조화된 방식으로 진행되며, 감정 표현, 스트레스 해소, 자기 이해 증진 등에 효과적이다.
내면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억압된 감정 해소와 정서적 안정을 찾는데 좋다.
글쓰기는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 지수를 줄여주고,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자존감은 높이는 훈련이다.
'5분 집중 글쓰기'나 '보내지 않는 편지'는 감정 정리에 아주 효과적이다.
주로 내가 사용하는 방법인데, 특정 인물에게 감정을 담아 편지를 쓰되, 실제로는 보내지 않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핸드폰으로 쓰다가 나도 모르게 문자버튼을 눌러버리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저널치료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자기 돌봄'의 방법이다.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글을 써 내려가며 무의식적인 감정과 생각을 탐색한다.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듯 글을 써서 자기 이해를 돕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정서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https://youtu.be/7 mVWYCZiUZY? si=X0 CHzII9 pJSNN7 Lx
디어 에반 한센(Dear Evan Hansen)의 특징
1. 현대 청소년의 불안과 소외를 정면으로 다룸.
이 작품은 SNS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불안, 고립감, 소속감에 대한 갈망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에반은 사회불안장애를 가진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시달린다.
2. ‘거짓’에서 시작된 진실한 공감
우연한 오해와 거짓말(에반이 스스로 쓴 편지가 자살한 동급생의 유서로 오해받으며 이야기가 전개됨) 이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공감과 치유가 싹트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준다.
3. 감정에 깊이 파고드는 음악과 가사
Benj Pasek과 Justin Paul이 작곡한 곡들은, ‘You Will Be Found’, ‘Waving Through a Window’ 등과 같이 개인의 고독, 희망, 치유를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음악은 에반과 인물들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드러내며 관객의 공감을 이끈다.
4. SNS와 집단심리의 현대성
SNS를 통해 ‘작은 이야기’가 사회적 이슈로 확장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리며, 온라인상에서의 관계, 집단 심리, 2차 피해 등의 문제도 함께 조명한다.
5. ‘보이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
평범하고, 외로운 청소년, 혹은 모두의 마음속 ‘보이지 않는 부분’에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You are not alone)"라는 메시지는 뮤지컬 전반을 관통한다.
6. 심리학적, 사회학적 접근 가능
개인의 불안장애, 가족 역동, 또래 집단 내 소외, 자기 정체성 탐색 등 심리학·사회학적 해석이 가능한 현대적 소재다.
참고자료 및 출처
공식 브로드웨이 홈페이지: https://dearevanhans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