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가 듣게 된 문장 중에 '허기가 허영이 된다'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표현으로 '결핍이 과시로 변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
허기(hunger)는 원래 결핍이나 욕구의 상태로 단순한 배고픔뿐 아니라,
사랑받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욕망, 존재의 허전함까지를 포함한다.
그런데 이 허기가 채워지지 않고 오랫동안 내면에 머물면, 때때로 '허영(vanity)', 즉 겉으로 꾸미거나 과시하려는 태도로 전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외로움(허기)은 겉으로는 화려한 모습(허영)으로 가리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면의 부족함을 외적인 치장으로 메우려는 심리다.
심리학적으로는 '보상행동(compensatory behavior)'의 일종이다.
부족한 자기애, 낮은 자존감, 사회적 인정에 대한 갈망 등이 외적인 과시(패션, SNS, 소비 등)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물질적 풍요의 시대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여기서 허기는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인정, 소속감에 대한 결핍이다.
그 허기는 결국 겉치레, 비교, 소비의 허영으로 전이된다.
허기는 사람을 겸손하게도 만들지만, 끝내 채워지지 않으면 허영으로 굳어버린다.
우리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를 들키지 않기 위해, 더 화려하게 자신을 꾸미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갈망하며 산다.
그 갈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난다.
한때는 사랑받고 싶어서,
어느 때는 이해받고 싶어서.
그 마음의 허기는 조용하고 단단하게,
가슴 한편에서 자리를 잡는다.
처음엔 아주 사소했다.
누군가의 “괜찮아” 한마디면 녹을 수 있었던 마음.
따뜻한 손길 하나면 충분했던 그 허기.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쌓이면, 그 허기는 점점 모양을 바꾼다.
이제는 조금 더 화려한 옷을 입는다.
조금 더 예쁘게 웃고, 조금 더 괜찮아 보이려 애쓴다.
마음의 허기가 들킬까 봐, 그 위에 '허영'이라는 옷을 입힌다.
'허영'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이 된다.
비어 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척하고, 아무 일도 없는 척한다.
SNS에 올린 밝은 사진들,
그 안에 숨은 건 어쩌면
나도 몰랐던 ‘허기’라는 감정의 그림자일지 모른다.
누군가는 말한다.
“왜 그렇게 과하게 꾸며?”
하지만 그 누구도 묻지 않는다.
“그 마음은 안 괜찮은 거 아니야?”라고.
'허기'가 '허영'이 될 때, 우리는 진짜 마음을 더 멀리 떠나보내게 된다.
그러면서도 자꾸 웃는다.
'괜찮다'라고 말한다.
그 말이 익숙해서, 그리고 그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이제는 알 것 같다.
누군가의 화려함 속에도,
누군가의 과장된 웃음 속에도
작고 외로운 허기가 숨어 있다는 걸.
그 허기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
그 허기를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아닐까.
그러니 오늘 하루,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빈 마음 그대로,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그렇게 속삭여주는 말 하나가
'허영'이 아닌 '온기'가 되어,
마음을 조금은 덜 외롭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