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강을 건너, 혼자의 섬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머물던 후배가 있다.
그 섬에 꽃이 피기까지는 십 년이 걸렸다.
그녀는 늘 깔끔하고, 혼자서도 즐겁게 사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난 혼자 사는 게 좋아요."
그렇게 말하며 세상에 벽을 세웠던 사람이,
어느 날 작은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관심 가는 사람이 생겼어요.”
그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은 다시 사랑을 믿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애는 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흔들린다.
후배는 진지하게 만남을 이어가고 싶어 했다.
함께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공연을 보고,
미술관을 거닐고,
때로는 여행을 떠나고 싶고,
그런 삶의 단면들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남자는 달랐다.
말은 좋았지만, 행동은 늘 같은 방향으로 향했다.
“만날 때마다 스킨십을 원해요. 그 외의 건 관심 없어 보이고.”
그녀는 스킨십이 싫었던 게 아니다.
다만, 마음의 연결 없이 스킨십이 먼저 다가오는 데서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은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레 익어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어쩌다 시간을 내어 만나서는 감정보다는 욕망을 앞세우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후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친구처럼 천천히 서로의 삶을 나누고 싶었는데 그는 나를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만 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잠시 데이트하면서 즐거워했지만, 그 남자의 생각에 부응하지 못한 눈치 없는 후배는, 결국 보기 좋게 차였다.
연애는 결국 ‘온기’를 나누는 일이다.
온기를 나눈다는 건, 시간을 내고, 눈을 맞추고, 귀 기울이는 것이다.
함께 걸을 길이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사람을 찾는 것,
그게 그녀가 원하는 로맨스였다.
반년 뒤, 그들은 다시 만났다.
아마도 그들은 서로에게 계속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후배는 물었다.
“이런 연애를 계속해야 할까요?
아니면 놓아야 할까요?”
나는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 사람이 없는 시간에 네 마음은 더 편해지니? 외로움이 덜하니?”라고 물었다.
사랑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힘'이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와의 관계가
자기를 계속 작게 만들고,
스스로를 설명하게 만들고,
혼자서만 마음을 다잡게 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소모'가 된다.
누군가는 "요즘 시대에 그런 순정적인 연애는 없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마음이 먼저 닿기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랑은 함께 걷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길을 같이 걷는 그 사람에게
손을 먼저 내밀고 싶은 마음,
그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후배는 말하기를,
“그 사람도 나름대로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해요.
근데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달라요.”
"그는 늘 자신이 시간이 날 때만 연락을 해요.
평상시 문자도 자주 없고......."
그녀는 그가 바쁜 줄 알기에 이해하려 했지만, 시간이 없기는 자신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녀는 일도 바쁘고, 아이와의 일상, 직업적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약속 속에 늘 분주하다고 한다.
그래도 누군가를 만나려면 일정을 조율하고, 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진짜 중요한 관계는 ‘남는 시간’에 끼워 넣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고 한다.
자신만의 스케줄에 맞추려 하고,
연락이 뜸했다가 며칠 만에 느닷없이 문자 해서 너무 자연스럽게 “지금 볼까?"라고 물으면 속상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잠시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런 만남을 지속해야 할까?'
기다리는 것도,
맞추는 것도,
일방적인 감정을 감싸는 것도.
'정말 날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먼저,
내 하루는 어떤지 궁금해하면서,
생각해 주면 안 되나?'
사랑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성의’로 쌓여가는 일이다.
그 성의가 결여되었을 때,
두 사람의 관계는,
그녀가 서운했던 건 바로 그 지점이었다.
마음이 없다기보다는,
‘공을 들이지 않는 그의 자세’가 슬펐다.
며칠 동안 그녀를 상심하게 했던 건, 그와의 관계에서 마치 그가 여유 있을 때만 존재하는,
일종의 '옵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바랐다.
그가 조금 더 애써주길.
조금 더 다가와주길.
자신의 일상에도,
시간에도,
감정에도.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문득 그 남자의 마음도 궁금해졌다.
연애는 두 사람의 감정이 얽힌 이야기다.
우리가 듣는 건 언제나 한쪽의 시선일 뿐.
그 남자도, 말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도 어쩌면 외로웠을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찾아온 따뜻한 시선의 그녀,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스킨십은 그에게는 '애정의 증표'였고,
말 없는 '확신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애타게 찾던 남자 친구의 표본이었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필요한 건 '확신'이 아니라, '과정'이었다는 걸.
천천히 서로의 세계에 스며드는 시간,
같은 공간을 바라보며 함께 웃는 하루,
그런 장면들을 통해 마음이 자란다는 걸.
그는 '기다리는 사랑'을 잘 알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은 '타이밍'이 아니라,
'온도를 맞추는 일'이라는 걸 그는 알았을까?
어쩌면 그는 그저 서툴렀던 것인지도 모른다.
표현하는 법을,
듣는 법을,
그리고 마음의 결을 읽는 법을.
사랑에는 '수많은 속도'가 있다.
누군가는 천천히,
누군가는 빠르게 마음을 연다.
그 남자의 속도는 빨랐고,
그녀의 속도는 느렸다.
그래서 엇갈린 것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마음이 통한다고, 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때론 사랑이 있어도, 함께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비난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서로를 잘 몰랐을 뿐이고,
애쓴 방식이 서로 달랐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 만남은 충분히 아름다웠을지 모른다.
사랑은 '서로의 마음을 배우는 일'이다.
...........,..
그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뭐 해요?"
서로 연락을 안 한 지 며칠이 지나니, 그 남자도 저절로 존댓말이 나왔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그녀는 응했다.
잠시 헤어지듯 멀어진 두 사람이지만,
그가 먼저 말을 건넨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처음부터 완성된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방식의 사람 둘이서,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함께 배워가는 과정’이다.
여전히 사랑은 ~ ing다.
오늘도 음악과 함께 시작하자!
https://suno.com/s/7hRihfUC070kXnSm
작사: 콩새작가
작곡: 수노
네가 먼저 부를 때마다
나는 모든 걸 멈췄지
비워낸 하루 끝 어딘가
너의 자릴 준비하며
어쩌면 나,
너의 틈에 살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런 줄도 모르고
그게 사랑인 줄만 알았지
하지만… 그럴 시간은 있었을 텐데
내게 말을 걸어줄 한순간
“오늘 어땠어?”, “잘 자” 같은
그런 다정함도 아꼈지
우린 둘 다 바쁜 하루를 살면서도
널 향해 걷는 건 나였잖아
네가 내게 조금만
마음을 써줬다면 좋았을 텐데
스쳐 가듯 안부를 묻고
무심한 듯 내 손을 잡고
어쩌면 넌 날 사랑했다 말했지만
내겐 닿지 않았어
하지만… 그럴 시간은 있었을 텐데
하루쯤, 나를 먼저 기다린다거나
내가 없는 날도
널 위해 웃던 날이 있었더라면
사랑은, 남는 시간에 하는 게 아냐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만드는 거야
마음을 내어주지 않으면
눈빛도, 손끝도 멀어지니까
그럴 시간은…
단 한 번이라도 날 먼저 떠올릴
네 하루가 있었더라면
난 끝까지 널 믿었을 거야
지금도,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