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렇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싫어해.'
손절 언니가 어머니께 자주 듣던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난 자기 주관이 확실하고 독립적인 성향이었다. 아니면 아니다 맞으면 맞다고 이야기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자녀가 남들에게 미움받거나 배척당하길 원하는 어머니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우리 어머니도 그랬다. 마냥 고분고분하고 네네 하면 모든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낼 텐데.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어머니가 보기에 직설적이고 하고 싶은 말 다하는 나는 미움받기 딱 좋은 존재였을 것이다. 아마 어머니 성격에 나는 감당하기 힘든 자녀였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에 제약이 따랐던 기억이 있다. 어떤 행동을 해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뒤 따랐다. 조그만 여학생이 일탈을 한다거나 폭력을 일삼는다거나 법적으로 문제 되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자연스레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는 버릇이 생겼고 이렇게 행동하면 또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이 될까 봐 눈치를 보게 됐다.
학창 시절에는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게 되자 자연스레 입을 닫았고 지극히 내성적인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모두에게 맞추어주려다 보니 인간관계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는 성향은 '연애'할 때 또한 치명적이다. 20살이 지난 나의 연애도 순탄하지 않았다. 남자 친구에게도 자기 주관 확실한 여성이 될까 봐 여전히 나의 어머니는 '너 그렇게 까칠하게 굴다 남자 다 떠난다'라고 세뇌 아닌 세뇌를 시켰다.
남자 친구에게도 '나 자신'으로 인정받으려 하지 않고 그 사람 입맛에 맞게 나를 맞춰서 연애를 했다. 그 결과는? 당신이 짐작했듯이 난 연애를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연애는 독립적인 두 존재가 만나 서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 친구를 새로 만날 때마다 난 계속 다른 사람이 되었던 것 같다. 스스로를 잃어버리자 나도 지쳤고 그들도 지쳤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직장 동료 선후배들과의 관계에서도 난 어떤 형태의 인간관계에서도 만족감을 채울 수 없었다. 내 본래 성격을 숨기고 그들과 어떻게든 잘 지내려고 발버둥 쳤지만 항상 실패했다.
그래서 세뇌당했던 어린 시절의 고정관념과 손절하기로 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고 하지 말자'라고 다짐하며 잃었던 나를 되찾았다. 원래의 나로 돌아오자 모든 게 쉬워졌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즐겁고 연애도 순탄했다. 먼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오히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하지 않다 보니 나와 잘 맞는 사람들하고만 관계를 맺게 되었다. 애초에 전제조건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물론 내가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거나 타인을 괴롭힌다거나 하는 사이코패스는 전혀 아니다.
내가 포인트를 맞추고 싶은 건 '모든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나를 바꿀 수 없다'라는 것이다. 내가 어떤 성향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이 가장 매력적으로 비친다. 줏대 없이 이랬다 저랬다 자기 주관이 없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고, 그만큼 매력 없는 사람도 없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면? 그 욕심과 당장 손절해라. 세계 4대 성인도 그건 못했다. 종교가 하나나로 통합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자신의 취향을 표출한다면 그 주파수와 맞는 사람이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인간관계가 이제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인간관계에 개선이 필요하다면, 모든 사람에게 맞추려는 '지나치게 착하고 친절한 당신'과 손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