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cm 48kg을 달성하고 겪은 변화
전 세계를 막론하고 매년 새로운 아이템과 새로운 이론들로 점철되는 분야는 다름 아닌 '다이어트'이다. 누구나 원하는 몸매가 있다. 여전히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다이어트 자극 짤'을 치면 깡마른 몸매에 슬림한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남자들은 아마 유튜브에 '헬스' 혹은 '헬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며 근육이 어마어마한 사람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근성 장하고 싶다고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손절 언니에게도 항상 원하던 몸매가 있었다. 현재 키 161cm 48kg이 되는 것. 아무도 내게 '48kg이 되어라!'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키별 미용 몸무게'라는 표가 한때 유행한 적이 있었다. 내 키에 48kg은 되어야 옷 핏이 살아난다고 해서 그때부터 항상 목표는 48kg이었다.
그리고 올해 그 목표를 달성하고 바디 프로필까지 찍었다. 원래도 살이 찐 편은 아니었지만 소위 말하는 마른 몸매가 되는 길은 너무도 험난했다. 그 당시 내가 상상하는 바로는 48kg가 되는 순간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어떤 옷이던 어울리는 부러운 몸매의 소유자가 될 것 같았다.
내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은 그 당시의 바디 프로필 사진을 보고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고 다이어트 비법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를 것이다. 내가 어떤 고통 속에서 6개월을 살아왔는지를.
어쨌든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고 운동도 해야 했기에 목표를 세웠지만, 중간에 멈췄어야 했다. 바디 프로필을 준비한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식단 조절을 해야 했기에 친구들과 만남을 가지는 것조차 거부하며 은둔자 생활을 해야 했고, 이미 아침에 2시간을 운동했음에도 저녁에 1시간을 추가로 운동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를 즐겁게 해 주었던 모든 디저트를 끊어야 했고, 과식과 야식은 일체 허용되지 않았으며 매일 저녁엔 닭가슴살과 야채, 고구마를 먹으며 버텼다. 무려 6개월을 말이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일상생활이 가능해?' 당연히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한동안 내 삶이 온통 바디 프로필에 맞춰줘 있었다. 처음 3개월은 괜찮았다. 때마침 퇴사도 했었고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디 프로필을 두 달 남겨놓고 다이어트 정체기를 정통으로 맞았으며 정체기를 뚫기 위해 식단을 더욱 제한해야 했고 운동량을 더 늘려야 했다. 몸의 회복을 위해 안 자던 낮잠까지 챙 겨자야 했다.
먹고 싶은 욕구를 누르자 성격파탄자가 되었고 항상 기운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빨리 잠들고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했다. 정신적으로 이상 신호를 느꼈을 때 그만두어야 했지만 이미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했고 스스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안 보던 음식 먹방을 봤고 한 번씩 먹게 되면 배가 불러 터질 때까지 먹어버리곤 했다.
그렇게 바디 프로필을 찍고 3개월이 또 지났다. 나는 어떻게 됐을까? 처음에 모든 사람들이 우려한 요요라던가 음식 강박, 운동 강박이 전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모두가 겪었던 일을 나라고 비껴갈 순 없었다.
그동안 참았던 식욕이 폭발했고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는 퇴사를 해서 시간이 자유로웠고 내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매일 빵을 먹었다. 혼자 차를 끌고 베이커리 카페에 가서 빵을 먹는 것은 기본. 카페를 옮겨 다니면서 혼자 빵 투어를 했다. 집에 혼자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수많은 과자와 빵을 먹어치우곤 했다.
그렇게 2달여 만에 몸무게는 원상 복귀되었고 심지어 그 전보다 훨씬 살이 쪘다. 요요가 온 것이다. 요요와 함께 폭식증도 동반되었다.
여기서 당신이 다이어트와 손절해야 할 이유가 나온다. 나는 프로손절러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물론 어떤 분야에서는 진정한 프로손절러로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여전히 배워야 하고 익혀야 하는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다.
나에겐 완벽주의가 있다. 완벽주의도 일종의 강박 증상인데, 내 모든 부분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바디 프로필을 통해 내가 원하는 몸을 '완벽'하게 만들어 냈고, 두 달 만에 그전보다 더 살이 찐 몸으로 돌아와 버렸다. 여기서 문제는 나의 가치가 살을 '완벽'하게 뺐을때보다 더 낮다고 생각해버리는 데 있었다. 갑자기 요요가 오자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졌고 두려웠다. 이미 완벽한 몸매의 나 자신은 없었고 평범한 나로 돌아왔기에 그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내 몸에 대해 한 마디씩 하면 어떻게 하지? 결국 요요가 온 한심한 사람으로 보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바보 같은 걱정들을 나도 모르게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신이라는 사람에게 전제를 붙여선 안된다.
'나는 이 정도 몸매를 유지해야 가치 있는 사람이야', '나는 이 정도 연봉을 벌어야 가치 있는 사람이야', '나는 이 정도 대학에 나와야 가치 있는 사람이야.' 등등 자신도 모르게 높은 목표를 전제로 두며 스스로의 가치를 결정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단언컨대 그 전제조건이 사라지는 순간 당신은 명백히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나와 같이 몸에 대한 강박이나, 외모 집착 등의 증세를 겪는 사람들은 다이어트와 손절을 하는 것이 옳다.
아마 알 것이다. 당신은 다이어트를 수 없이 반복하며 실패를 경험한다. 결국 자신감을 잃을 것이며 작은 치수의 옷과 마르디 마른 연예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울 해할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관계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이다. 당신이 그런 몸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며 자책하고 말 것이다.
조금 더 온전한 삶을 살고 싶다면 다이어트와 손절하고 자신을 사랑하는데 집중하자.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다이어트를 해봤고 그 몸을 가져봤자 나는 전혀 예쁘지 않으며 작은 옷에 내 몸을 구겨 넣는다는 게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 깨닫는 중이다.
여전히 넘치는 식욕을 참는 것은 힘든 일이다. 실제로 살 다시 빼야 하는 거 아니냐며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프로손절러로서 나의 몸과 나를 지켜갈 예정이다.
모든 사람들이 환상 속의 몸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당신의 자존감이 절대 무언가를 이루어서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당신이 살이 쪘건 말랐건, 돈이 많던 적던, 대기업을 다니던 중소기업을 다니든 간에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 고통 속에 당신을 던지지 말자. 외모에 절대적인 기준이란 것은 없다. 누군가는 살이 쪄서 고민이고 누군가는 말라서 고민인 세상이다. 자기 자신이 비만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상이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즐겁게 먹고 즐겁게 운동해라. 그것이 당신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다. 당신이 욕심에서 벗어나는 순간 바이오리듬은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여담으로, 바디 프로필을 찍으면서 다행이었던 점은 체력이 좋아졌다는 것. 어쨌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미친 듯이 했으니 건강은 해졌다. 많이 먹긴 하지만 운동도 즐겁게 많이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