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부도 안 우는데 친한 친구인 내가 눈물이 날까
나이가 30살이 된다는 것은 앞자리 수가 바뀌는 변화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는 나이대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오늘, 함께 여행을 떠날 정도로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그 친구는 현재의 반려자와 꽤 오랫동안 만났고 제삼자인 내가 보기에도 견고하고 두터운 연인 사이였다.
회사를 나오기 직전 나는 결혼에 회의적이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회의감이 들었다기 보단 '결혼'에 내 인생을 걸어보고 싶었던 내가 한심 해서였다. 한참 퇴사를 하고 싶었고 나도 '취집'이라는 게 가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했다.
만나는 남자들의 조건을 하나부터 열까지 따졌으며 결혼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가차 없이 손절했고 결혼하기 적합한 상대를 만났을 때 구차하게 매달리기도 했다. 평생 함께할 사람을 조건으로 골라내려는 나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에 이르렀고, 남자 역시 내 의도를 눈치채고 먼저 떠나곤 하였다.
그렇게 스스로 다시 일어서고자 한 동안 연애를 안 하게 되었다. 내가 오롯이 홀로 서기 전까지 결혼을 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연애를 거부했다. 그리고 어느덧 8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혼자 고립되어보고,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하는 친구를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결국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생각. 단순히 외로워서 사람들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다. 사람은 관계를 맺으며 성장을 한다.
나는 퇴사하고 혼자 글을 쓰며 몸소 느끼고 있다. 매일 혼자 운동을 하고, 혼자 도서관에 가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군중 속에 있었지만 고독했다.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매몰되어 가는 나를 발견했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생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기 쉽다. 때론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다 잠깐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나를 소개하며 내 생각이 확장됨을 느꼈다.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가치를 나눈다. 그렇게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성장을 한다. 그들 중 평생 함께할 사람을 만나 모든 이에게 선서를 하고, 아이를 낳아 자신의 아이에게 당신들의 가치를 나눠준다.
그렇게 사람들은 한 단계 성장을 한다. 아름다운 친구의 미소를 보며 그녀의 행복을 빌어본다. 그리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하겠다며 맹세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비혼 주의에 아이를 낳지 않고 선언했던 내가, 스스로 고립되면서 알게 된 지혜이기도 하다. 왜 그토록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지 아이를 낳고 가족을 이루어가는지 직접 겪어보지 못했지만 어렴풋이 나마 짐작하게 되었다.
내 생각은 또 어느새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사람은, 사람에게서 상처받더라도 결국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여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서 모든 관계와 손절을 선언했다면, 다시 용기를 내 사람들 속으로 당신을 던져보길 바란다. 수많은 사람들 중 당신을 사랑할 누군가는 분명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