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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큐레이터 Nov 22. 2022

방황하는 게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프로방황러의 회고록

여러분은 방황해보셨나요? 아니면 현재도 방황하는 중인가요? 혹시 10년 후에도 방황하실 예정인가요? 저는 항상 방황하며 살았습니다. 어디 한 곳에 제 마음을 온전히 줘본 적이 없어요.


남을 부러워하면 나 스스로의 삶이 불행한 것을 알지만 여전히 제일 부러운 사람은 하나의 일을 우직하게 10년 이상을 해온 사람들, 한 사람과 10년 이상 연애를 하는 사람입니다.


저만큼 헤매고 방황하는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였을까요? 12살엔 통역사가 되고 싶어서 일본어를 혼자 독학하기도 했고, 가수가 되겠다며 국내 유명한 기획사에 오디션을 보러 간 적도 있습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파티시에가 되고 싶어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대책 없이 요리학과로 진학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출장 다니는 비즈니스 우먼이 되고 싶어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했고요. 생각보다 전공이 맞지 않아 '그럼 외국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하는 직업을 갖자' 며 승무원 학원을 다닌 적도 있습니다. 차라리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겠다 싶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은행에 입사하기도 했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하루 종일 함께할 수 없어서 사업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잠시 손절연구소를 내려놓고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표현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손절연구소를 내려놓는 이유를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손절'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가치가 가려진다는 것입니다. 이 단어가 매우 자극적이고 특이한 탓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제가 이 글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들인데 당장 '손절연구소'에 방문하는 분들은 인간관계나 주식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겠죠. 



두 번째는 손절연구소에 맞춰 제가 다른 것들을 채워나가려 했다는 점입니다. 생전 심리상담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자존감을 코칭하겠다는 마음도 없었는데 손절연구소를 운영해나가겠다는 마음에 다른 사람들이 몇 년에 걸쳐 취득하는 학위나 자격증을 찾아보는 제 모습을 보고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손절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직장인 이상으로 돈을 벌겠죠. 하지만 언제까지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경제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할 나이이고, 매일 저녁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게 제게는 너무 큰 고통입니다. 



그래서 잠시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이 가치를 전달하기까지는 생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손절연구소를 손절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저는 또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나는 누구인가?' , '나는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사는가?'에 대한 해답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제 방황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방황하는 삶의 장점도 꽤나 많습니다. 



통역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일본어를 독학했기 때문에, 일본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일본을 혼자 여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실제로 일본인 친구들을 사귀기도 했고요. 유명 기획사에 오디션을 본 경험 덕분에 저는 무대 공포증이 없습니다. 이후에도 뮤지컬 극단에 들어가 공연을 하는 등 대중 앞에 서는 것에 대한 겁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발표 수업에서 높은 성적을 얻거나 최종 면접에서 항상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리학과에 진학해 한 달 만에 자퇴했지만 그로 인해 제가 요리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환상이 깨지면서 그 업계에서 겪었어야 할 시행착오를 줄이게 되었습니다. 국제통상학 전공을 살려 취업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해외 비즈니스보다는 외국어 자체에 흥미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승무원 학원을 다니며 결국 모든 항공사에 불합격했지만 그때의 경험으로 면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원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은행에 취업했지만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은 죽어도 못하는 사람이 저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손절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제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서적들을 연구하며 잊고 지냈던 '철학과 심리학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타오르게 되었습니다.



출판을 기획하며 여러 글들을 썼고 출판사와 미팅까지 했지만 전문적인 지식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면 출판사에서 제 책을 출판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제가 썼던 글들을 브런치에 게시하며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아마 그럴 확률은 매우 낮지만, 혹시나 입상하게 된다면 그때는 다시 손절연구소로 돌아가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일들과 좋아하는 일들을 다시 해볼 작정입니다. 여전히 저는 방황하고 있지만 그만큼 저에 대해서 더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참 힘들게 살고 고생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쩌겠어요. 저는 이런 사람인 걸요. 앞으로도 철학과 심리학을 연구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글쓰기'를 할 예정입니다. 또한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 '글을 맛있게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할 예정입니다. 



운동하는 작가로서 운동과 식단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기재할 예정입니다. 지금도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고민하는 분들 항상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곁에 여러분만큼 헤매는 제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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