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 Dec 23. 2015

한평짜리 소설

18호-월남쌈 어디까지 먹어봤어요?

어느 날 민이 불쑥 물었다.

"쭌, 월남쌈 좋아해?"

"응, 좋아해.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나 얼마 전에 진짜 맛있는 월남쌈을 먹었거든."

민은 친구와 같이 '구운' 월남쌈(Bun Nem)을 먹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베트남에서 온 친구였다.

민은 그녀를  활동 났다고 했다. 친해져서 같이 옷도 보러 다니고, 종종 밥도 먹었단다. 여름에도 삼계탕 대신 추어탕을 먹는 민만큼이나 추어탕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녀는 민을 베트남 음식점으로 안내했다.

생야채를 싸 먹는 월남쌈밖에 모르는  민은 그녀가 구운 월남쌈을 권하길래 먹어봤다고 한다.

"대박! 신세계!"

정말 맛있었다고 한다. 다만 함께 나온 '고수'는 먹기 힘들었다고 했다. 민의 친구도 추어탕은 좋아해도 '계피' 가루는 넣어 먹지 못한다.

구운 월남쌈을 폭풍 흡입하다가 민은 이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때-구운 월남쌈 마지막 두 점이 남았을 때- 군침을 삼키는 민에게 양보하며 친구가 조리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아주 친절하게 그 음식의 조리법을 알려주었다. 특히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베트남 소스는 선정 액젓으 만들면 된다고 했다. 

그 알뜰살뜰한 다정함 때문이었을까. 민은 언어교환 활동이 끝난 뒤에도 종종 그때의 일들을 내게 이야기하곤 했다.

민은  친구에게 "베트남 사람이에요."라는 표현 대신 "베트남에서 왔어요."라는 표현을 알려줬다고 . " ."를 이미 알고 있는 그녀에 말이다. 

아마 언젠가 그 친구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베트남에서 온 한국 친구와 오래오래 구운 월남쌈을 나눠 먹고 싶었을 민.

그 친구도 민처럼 종종 그때 찍은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곤 하겠지.


배경음악: http://youtu.be/6B2LAWQ6M2k

작가의 이전글 한평짜리 소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