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호 솔로의 생일은 커플과 함께
2015년 7월 X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친구와 친구의 그녀가 깜짝 생일 파티를 해 준다는 게 아닌가. 고마웠다. 그리고 미안했다.
내가 솔로라는 사실이 친구에게도, 친구의 짝에게도 미안했다. 여튼 나를 챙겨 주는 두 사람이 고마워 차마 계속 사양하지 못하고 부랴부랴 만나러 현관을 나섰다.
문득 민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강을 바라보며 고개 숙인 민 대신, 바람에 살짝살짝 흩날리는 머리칼이 말을 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그 격언처럼 사랑은, 빵처럼 매일 새로 구워야 하는 게 맞아.
애정 결핍은 굶주림 같은 거야. 굶주림이란 나를 위한 빵인지, 상하지 않은 빵인지를 생각하지 않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잖아. 마찬가지로 애정 결핍은 호의와 친절을 호감과 구애로 착각해 버리기도 한다는 거지.
빵과 다르게 사랑은 만드는 사람과 취하는 사람이 같아. 하지만 두 사람이지.
사랑은 상대방의 동의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데, 애정 결핍은 사람을 성급하게 만들기도 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거야.
안타까운 점이 바로 그거야. 상대방의 반응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반대로 오해할 수 있다는 거...."
약속 장소에서 만난 친구와 그녀와 나는 다행히 옷의 색상이 비슷했다. 그러니까 나만 튀지 않는다는 점이 일단 안심이 되었다.
친구 커플은 생일 파티만 준비했다. 농담처럼 확인해 보니 소개팅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개팅을 꺼리는 이유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애정과 결핍을 논하던 민에게 했던 말과 다르지 않다.
"음, 다행히 나는 애정 결핍은 아닌 것 같아. 나는 누군가가 만들어 주거나 나 혼자 만든 빵은 싫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빵을 만들어 가고 싶거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우리 둘이 함께 말야. 때로 힘들더라도 돌아보면 온전히 둘에게 집중했던 그 시간들이 빵을 더 소중하게 만들지 않을까."
스스로 말하고 나서도 뻔한 말 같은데 민처럼 참신하게 표현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걸린다는 건 숙성 같은 거라고 덧붙이려고 고개를 들어 민을 봤다. 왠지 멍한 표정의 민은 나를 침묵하게 했다. 그 정적이 흐를 동안 나를 보다가 강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왠지 민의 뺨이 노을에 물든 것처럼 보였다.
"뭐 해, 빨랑 촛불 불어!"
민을 생각하다가 소원을 빌며 촛불을 껐다. 그러고 보니, 민에게 사랑에 대한 내 개똥철학을 말했던 그날은 그해의 내 생일이었다.